역세권은 다 같다? 거리·소음 따라 아파트값 수천만원 차이

박선옥 기자
입력일 2016-02-15 15:47 수정일 2016-02-15 15:48 발행일 2016-02-16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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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송파 헬리오시티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을 재건축한 ‘헬리오시티’는 동별로 서울지하철 8호선까지의 소요시간이 도보 1분에서 15분까지 차이를 보인다. 이에 같은 층을 기준으로 전용면적 84㎡의 입주권 가격이 5000만~6000만원 벌어져 있다.(사진제공=현대산업개발)

같은 단지라도 역과의 거리, 소음 여부 등 외부환경에 따라 수천만원의 가격 차이가 나고 있다.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을 재건축해 지난해 11월 분양한 ‘헬리오시티’는 같은 전용면적 84㎡라도 입주권의 가격이 8억에서 9억원으로 최대 1억원의 차이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한 단지에서 수천~수억원씩 가격이 벌어질 때는 조망권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한강이나 석촌호수와는 거리가 멀고, 주변으로 공원도 없다.

그럼에도 이처럼 가격이 차이를 보이는 데는 13개 타입의 다양한 평면과 함께 서울지하철 8호선 송파역까지의 거리 때문이다. 헬리오시티는 송파역 초입에 위치한 초역세권 단지지만 규모가 9510가구나 돼 동별로 거리 차가 크다.

예컨대 주출입구쪽의 403동, 404동, 511동, 512동, 517동은 역까지 도보 1분여밖에 걸리지 않지만 반대편의 102동, 105동, 108동, 111동까지는 15분가량이 소요된다. 헬리오시티 자체는 역세권 아파트지만 동별로 구분하면 역세권이 아닌 셈이다.

인근 K부동산 관계자는 “같은 84㎡라도 역과 먼 저층, 역과 가까운 고층과는 최대 1억원까지 차이가 난다”며 “같은 층을 기준으로 하면 역과 가까운 동이 그렇지 않은 동보다 5000만~6000만원 정도 비싸고, 여기에 평면까지 좋으면 매물이 아예 안 나온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서울 성동구 왕십리뉴타운3구역을 재개발한 분양한 ‘센트라스’도 비슷한 경우다. 129동과 130동은 2호선 상왕십리역과 바로 연결된 반면, 127동과 128동은 8분 정도 걸어야 한다.

이에 같은 전용면적 59㎡라도 129·130동은 평균 분양가 대비 7000만원의 웃돈이 형성돼 6억원 선에 거래되는 데 반해, 127·128동은 40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5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1호선·기차역 주변은 거리보다는 소음에 더 민감하다. 지상으로 열차가 다니는 탓에 소음이 심하고 미관도 좋지 않은 탓이다. 역과는 멀더라도 소음이 덜한 안쪽 동이 선호된다.

지난 2002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에서 입주한 ‘푸르지오’가 대표적이다. 단지 바로 앞이 영등포역인 초역세권 입지를 자랑하지만 오히려 역과 가까운 101동, 201동, 202동보다 역과 먼 부지 뒤편 112동 113동, 216동보다 인기가 없다.

전용면적 79㎡를 기준으로 철길과 인접한 동은 4억6000만~4억8000만원에, 뒤쪽 동은 4억9000만~5억25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역세권 아파트라고 해도 외부환경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큰 만큼, 아파트를 구매할 때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선옥 기자 pso982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