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전두환 추징금, 가족이 내라”…첫 강제조정

박선옥 기자
입력일 2016-02-10 11:31 수정일 2016-02-10 17:18 발행일 2016-02-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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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앞<YONHAP NO-1760>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을 장남인 재국씨가 소유한 시공사가 대신 내라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사진은 서울 연희동 전 전 대통령 자택 앞.(연합)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을 가족이 대신 내라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검찰이 3년 전 추징금 환수 전담팀을 꾸린 뒤 법원의 강제조정을 통해 추징금을 얻어낸 첫 사례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정은영 부장판사)는 검찰이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 소유의 시공사를 상대로 낸 미납 추징금 환수 소송에서 “시공사가 6년간 56억9300여만원을 국가에 지급하라”는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법원의 결정은 양측이 2주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지난달 말 확정됐다. 이에 따라 시공사는 올해부터 2021년까지 매년 7억~15억원을 추징금으로 변제해야 한다. 지급 시기를 놓치면 연 5∼15%가 가산된다.

재국씨가 지분 50.53%를 보유한 시공사는 재국·재용 소유의 서초동 부동산을 빌려 본사로 쓰고 이를 담보로 자금도 융통했다. 그러나 이 부동산은 검찰의 추징금 환수 절차에 따라 공매에 넘어가 2014년과 2015년 총 116억여원에 매각됐다.

시공사는 전씨 형제에게 매각대금 63억5200여만원을 돌려줘야 하게 됐다. 이에 검찰은 이 자금이 전씨 형제에게 가기 전 지난해 4월 시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9개월간 재판 끝에 시공사의 자진납부액을 제외한 나머지 청구액을 모두 받게 됐다.

법원은 검찰의 요청대로 추징금 분할납부를 명령했다. 사업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꾸준히 갚는 식이라 실효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 및 추징금 2205억원을 확정 선고받았다. 하지만 16년이 지난 2013년까지 533억원(전체의 24.2%)만 내고 버텼다.

추징금 집행시효인 2013년 10월을 앞두고 여론이 악화되자 국회는 ‘전두환 추징법’을 통과시켜 납부시효를 2020년까지 늘렸다. 검찰이 전담팀을 꾸려 압박하자 전씨 일가는 추징금 자진납부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말 현재 환수한 추징금은 1134억원이다.

박선옥 기자 pso982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