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자고 나면 새 건물… 인천 영종지구 ‘유령도시’ 오명 벗는다

박선옥 기자
입력일 2016-01-25 15:56 수정일 2016-01-25 17:01 발행일 2016-01-2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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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제2여객터미널 (우)파라다이스시티
2014년 3월 18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카지노복합리조트 사업에 대한 사전승인 적합 판정을 내리고, 이어 제2여객터미널(좌)과 파라다이스시티(우)가 착공에 들어가면서 영종지구 내 분위기가 급변했다. (사진=박선옥 기자)

“2014년 영종도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30분씩 산책로를 걸어도 사람도, 차도 보이지 않았어요. 당시만 해도 신호등도 다 꺼져 있었고, 켜져 있더라도 굳이 신호를 지킬 필요가 없었죠. 지금은 그랬다간 사고 나기 딱 좋아요. 그만큼 사람도 차도 늘었거든요.”

영종자이 계약해지분을 마저 팔기 위해 영종도로 들어온 GS건설의 석성징 분양소장은 2년 전을 ‘신호등이 필요 없던 때’로 기억한다. 주변은 허허벌판이었고, 밖을 다니는 사람도 없었다. 당시 영종지구는 ‘유령도시’로 불리었다.

지금은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지난 주말 찾은 영종지구는 서울 한복판만큼은 아니었지만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로, 신호를 기다리는 차들로 북적였다. 택지지구라는 이름 그대로, 깔끔한 신도시였다.

영종지구는 송도·청라와 함께 인천의 3대 경제자유구역이다. 정부와 인천시는 이곳을 인천공항과 연계해 자족기능을 갖춘 첨단 항공물류도시로 건설할 예정이었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 10개가 넘는 개발계획이 발표됐고, 특히 에잇시티·밀리노디자인시티·브로드웨이프로젝트 등은 조 단위가 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금융위기에 따른 부동산시장 침체 여파로 대부분이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무산됐다. 그 사이 2006년 GS건설이 분양한 ‘영종자이’는 580여 가구가 계약을 해지했고, 2009년 하늘도시에서 동시분양된 단지들도 무더기 미달 사태를 맞았다.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에게 신뢰를 잃은 것이다.

그러다 2014년 3월 18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카지노복합리조트 사업에 대한 사전승인 적합 판정을 내리고, 이어 제2여객터미널과 파라다이스시티(카지노복합리조트)가 연달아 착공에 들어가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이천에 있던 반도체업체 스태츠칩팩코리아가 1800여명의 직원과 함께 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 내 1호로 옮겨온 것도 호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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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자이가 선착순 분양에 들어간 첫 날 새벽 2시부터 수요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사진제공=GS건설)

영종자이 석성징 분양소장은 “수요자의 신뢰를 잃고 분양소장이 7명 바뀌는 동안 안 팔리던 물량들이 2014년부터 영종지구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팔리기 시작했다”며 “선착순 분양 당시 새벽 2시부터 수십 미터의 줄이 생겼을 정도”라고 말했다. 영종자이는 2014년 말 43평형을, 지난해 말 45평형과 49평형을 다 팔고 현재 59평형만 남은 상태다.

한라도 ‘영종하늘도시 한라비발디’ 미분양 1000여 가구를 1억원가량 할인된 금액으로 재분양해 지난해 말 계약을 완료했다. 중산동의 한 개업공인중개사는 “시세는 아직 분양가 아래지만 할인 받은 가격에선 주택형별로 4000만~5000만원 정도 올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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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지구 내 점포용지 및 단독주택용지에 상가주택, 연립 등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사진=박선옥 기자)

토지는 아파트보다 인기가 더 높다. LH가 지난해 분양한 한 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는 최고 236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작년 11월 개최된 영종하늘도시 하반기 투자설명회에는 2000여 명이 몰리기도 했다. 지금 땅을 사려면 LH 공급가격 3.3㎡당 330만~350만원에서 2배 가까이 오른 550만~600만원은 줘야 한다.

영종도 내 땅 거래를 주로 하는 A부동산 대표는 “영종지구 내 일자리가 늘면서 인구도 많이 늘었다. 제2여객터미널, 파라다이스시티가 완공되면 지금보다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상업용지든 주택용지든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 인천시 통계자료에 따르면 영종도 내 주거시설이 밀집한 영종동·중산동·운서동 인구는 2015년 말 5만7012가구다. 2012년 3만3663명에서 2013년 4만7204가구로 1년 만에 1만여 명이 는데 이어, 2년 만에 또 다시 1만 명이 증가했다.

사람이 몰리면서 영종지구는 눈을 뜨면 새 건물이 올라서고 있다. 하늘도시 내 진로마트 하나뿐이던 중심상업지구에는 근린상가가 빽빽이 들어섰고, 운서역과 포구 주변으론 오피스텔·호텔이 가득하다. 허허벌판이었던 땅은 연립·다세데, 상가주택 등이 차지하고 있다.

A부동산 대표는 “대형 개발호재가 잇달아 무산되면서 영종지구 자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이 안 좋았지만 섬 안의 투자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겁다”고 귀띔했다.

영종지구 인기가 높아지면서 드디어 새 아파트도 공급된다. 

지난 2009년 10월 8800가구 동시분양을 마지막으로 신규분양이 끊겼던 인천 영종지구 하늘도시에 7년 만에 새 아파트가 공급되는 것이다. 특히 ‘영종자이’ 무더기 계약해지 사태로 영종지구서 크게 데인 GS건설이 다시 도전에 나서 눈길을 끈다. 

분양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중 영종하늘도시에서 3개 단지, 2261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먼저 2월께 대림산업이 A15블록에서 전용면적 59·84㎡로 이뤄진 569가구를 분양한다. 하늘도시 중심지와는 거리가 떨어져 있지만 공항철도 운서역 이용은 더 쉽다. 

GS건설과 화성산업은 A39블록과 A43블록에서 각각 1034가구, 658가구를 선보인다. 4월 분양이 목표다. 화성산업이 85㎡ 이하 중소형 부지인데 반해, GS건설은 91~101㎡ 중대형이 들어서는 게 특징이다. 두 단지 모두 하늘도시 중심상업용지 및 공원과 접해 있다. 

석성징 GS건설 분양소장은 “말뿐이던 개발계획들이 착공에 들어가고 일자리와 인구가 늘면서 자고 일어나면 새 건물이 들어서 있을 정도”라며 “지금 분위기라면 중대형 대단지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박선옥 기자 pso982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