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구의 돈 되는 이야기] 돈 모자라면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하자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입력일 2016-01-19 09:03 수정일 2016-01-19 09:03 발행일 2016-01-2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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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통해 일반투자자를 모집할 수 없을까? 오는 25일부터 이런 방법의 펀딩이 쉬워진다. 지난해 개정한 금융투자업법이 이날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일반대중(crowd)으로부터 펀딩을 받는 방식을 ‘크라우드펀딩’이라고 한다. 크라우드펀딩은 참신한 사업아이디어를 웹사이트에 올려 이른바 ‘개미투자자’들을 모집하는 것. ‘개미투자자’를 전문용어로는 ‘배커(backer)’라고 부른다. 획기적인 사업프로젝트를 뒤에서 지원한다는 뜻.

크라우드펀딩이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키게 만든 건 ‘킥스타터’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2009년 스마트폰과 연동하는 손목시계 ‘페블’을 개발하기 위한 자금을 웹사이트를 통해 모으기로 했다.

지난해 3월27일로 마감한 이 회사의 모금액은 2034만 달러. 당초목표액의 4067%를 달성했다. 참여한 ‘개미투자자’가 7만8471명에 이르렀다.

이 킥스타터를 통해 모금하는 방식을 창안한 사람은 뉴욕에서 활동하는 예술가인 페리 첸. 그는 사우스퍼스트갤러리를 만들고, 맨해튼에 있는 뉴뮤지엄에서 ‘위기의 컴퓨터’라는 전시회를 열기도 한 아티스트다. 아티스트인 그가 2009년 킥스타터를 개설한 뒤 이미 9만9271개의 프로젝트에 대해 성공적으로 투자를 받았다. 그의 킥스타터 프로젝트에 참여한 배커는 이미 1000만명을 넘어섰다. 모금한 액수는 22억달러에 이른다.

크라우드펀딩이 이렇게 급성장하고 있는 건 증권시장을 통한 투자와는 달리 SNS를 통해 투자환경과 시장정보를 서로 신속하게 교환할 수 있기 때문.

증권시장 등 다른 투자의 경우 정보접근이 어렵지만 크라우펀딩은 작은 정보라도 서로 교환하면서 투자액수를 늘려나갈 수 있다. 더욱이 정보를 나누는 과정에서 새 상품에 대한 홍보도 저절로 이뤄진다. 페블에 이어 ‘개미투자자’를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한 쿨리스트쿨러도 1328만달러를 모금했다. 이는 당초목표의 2만6570%를 달성한 것이다.

킥스타터의 크라우드펀딩이 붐을 일으키자 미국의 오바마정부는 일찍이 관련법(JOBS Act)을 제정했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청년창업을 촉진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질세라 이탈리아 영국 일본 등도 법제화에 나섰다.

한국은 다소 늦은 편이긴 하지만 이달부터 크라우드펀딩이 법적으로 보장받게 됐다. 그러나 법적 보장에 앞서 이미 한국에서도 크라우드펀딩이 확산되어 왔다.

오픈트레이드의 온오프믹스(대표 양준철)가 30일 만에 6억9300만원을 거둬들이기도 했다. 굿펀딩의 ‘또하나의 약속’과 텀블버그의 ‘바람체’등도 한국에서 성공한 크라우드펀딩으로 꼽힌다.

최근 벤처기업협회,창조혁신센터협의회,크라우드펀딩기업협의회 등 3개 단체는 한국에서도 크라우드펀딩이 붐을 일으키도록 하자며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특히 벤처기업협회는 오는 25일부터 매주 1명의 스타벤처기업인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창업(스타트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여기서 재미있는 건 이번 주에 투자한 스타벤처기업인이 다음 주에 투자할 벤처기업인을 지정한다는 것. 지정만 하는 게 아니라 다음 주 벤처기업인을 SNS를 통해 공개한다. 그렇게 되면 일반투자자(crowd)들은 스타벤처기업인이 어느 프로젝트에 투자하는지 눈여겨보고 자신도 투자할 것인지 판단하면 된다.

이번 캠페인이 한국에서도 미국의 킥스타터와 같은 크라우드펀딩플랫폼을 탄생시켰으면 한다. 이 행사가 크라우드펀딩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cetuu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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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