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더 비싸야 돼”…자존심 싸움에 반포 분양가 ‘고공행진’

박선옥 기자
입력일 2016-01-12 16:40 수정일 2016-01-12 17:53 발행일 2016-01-1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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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반포자이_조감도
역대 최고인 3.3㎡당 4290만원의 분양가를 책정한 신반포자이 조감도.(사진제공=GS건설)

서울 반포지구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가 상승세에 브레이크가 없다.

지난해 ‘반포센트럴푸르지오써밋’이 3.3㎡당 4000만원 선을 깬 이후 ‘반포래미안아이파크’와 ‘신반포자이’가 잇달아 최고 분양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것. “옆 단지보단 비싸게 받아야 한다”는 주민간 자존심 싸움이 분양가 상승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양아파트를 재건축한 ‘신반포자이’가 3.3㎡당 평균 4290만원의 분양가를 책정했다.

아파트 기준으로 역대 최고 금액이다. 이전 최고가가 작년 11월 반포동 한양아파트를 재건축한 ‘반포래미안아이파크’의 3.3㎡당 424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2개월 만에 기록이 갱신됐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고분양가 책정이 하루 이틀 문제는 아니지만 반포지역은 최근 유독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3.3㎡당 분양가는 평균 3800만~3900만원대로, 4000만원 선은 넘지 않았다. 반면 반포에서는 첫 분양 단지인 ‘반포센트럴푸르지오써밋’이 4040만원을 책정한 데 이어 한 달 만에 ‘반포래미안아이파크’가 200만원 올린 4240만원이란 금액을 내놓았다. 한강과 가까운 반포지역이 강남권에서도 선호도가 높은 주거지임을 감안하더라도 비이상적인 열기란 지적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같은 생활권에서 비슷한 시기 분양이 이어지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실제, ‘반포래미안아이파크’는 애초 분양가를 3.3㎡당 4000만원 이하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반포센트럴푸르지오써밋’이 4040만원으로 책정하면서 계획을 수정했다.

반포래미안아이파크 분양 관계자는 “재건축 전부터 한양아파트가 삼호가든4차보다 1억원 정도 시세가 높은 편”이었다며 “분양가가 다소 높다는 지적은 있지만 푸르지오보단 비싸게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4240만원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GS건설 관계자도 “반포래미안아이파크보다 한강도 가깝고 입지가 더 좋은 데다, 분양권 전매제한도 없기 때문에 조합과 건설사 모두 이전 분양 단지보단 많이 받아야 한다고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이에 상반기 분양 예정인 ‘아크로리버뷰(잠원동 신반포5차)’는 3.3㎡당 4300만~4500만원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신반포5차 조합원들 사이에서 ‘신반포자이’보다 ‘아크로리버뷰’가 한강도 더 가까운데, 4290만원보단 더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이런 식으로 가다간 반포1단지 분양 땐 5000만원도 넘겠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은행PB는 “자기 아파트 입지가 가장 좋고, 가격도 가장 비싸야 한다는 강남 사람들의 자존심 싸움이 분양가를 끌어 올리고 있다”며 “계약률이 저조할 경우 결국 고분양가가 부메랑으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선옥 기자 pso982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