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구의 돈 되는 이야기] ACO, ‘안중근정신’ 꽃피운다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입력일 2016-01-12 08:15 수정일 2016-01-18 14:54 발행일 2016-01-1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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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하얼빈역에 가면 역사벽면에 시계가 2개 걸려있다. 그중 1개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지만, 다른 1개는 9시30분에서 멈춰 서있다.

이 멈춘 시계가 있는 곳은 하얼빈역 안중근의사기념관 정면.  이곳을 직접 찾아가보고서야 ‘멈춘 시계’의 의미를 확실하게 깨닫게 됐다.

이 시계가 9시 30분에 멈춘 것은 ‘안중근 정신’은 현재에도 한 치 변함없이 그대로 살아있다는 뜻.

안중근 의사가 히토히로부미를 저격한 건 1909년 10월26일 9시30분. 그로부터 이미 100년이 훨씬 지났다. 그런데도 안중근 정신은 현재 시간으로 살아남아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확실하게 지도한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지난 7일 한국과 중국 기업인으로 구성된 아시아협력기구(ACO) 회원 30여명은 이른 아침 하얼빈 안중근의사기념관을 찾았다. 200㎡규모의 작은 기념관이지만 회원들은 안 의사가 저격한 장소를 창문을 통해 생생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회원들은 지금까지 안중근 의사가 경제전문가였다는 사실은 모두 잘 몰랐다.

하지만 이날 기념관을 관람하면서 안중근의 경제관에 대해 감동을 받았다. 실제 안중근은 대한의군이 되기 전엔 사업가였다. 평양에서 석탄채광사업을 했으며, 만인계라는 금융회사의 사장을 맡기도 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선 대동공보의 신문기자를 하면서 정보의 중요성을 익혔다고 한다. 안 의사는 특히 국제정보와 금융정보에 밝았다. 그가 옥중에서 집필한 ‘동양평화론’을 보면 국제정세를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는지 이해가 간다.

“영국은 인도, 홍콩 등지에 주둔하고 있는 육해군을 한꺼번에 출동시켜 위하이방면에 집결시켜 놓고 강경수단으로 중국정부를 추궁했다. 또 프랑스는 사이공, 마다가스카 섬에 있는 육군과 군함을 일시에 아모이 등지로 모여들게 했고, 미국 독일 벨기에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그리스 등의 동양 순양함대는 발해 해상에서 연합하여 조약을 맺고 이익을 나눠 갖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이토히로부미를 저격한 이유 가운데도 경제적 사유를 명시했다. 철도·광산·산림·하천 등을 마음대로 빼앗은 죄, 제일은행권 지폐를 발행해 마음대로 사용한 죄 등을 저격 사유로 들고 있다.

이번에 ACO설립대회에 참가한 회원기업들은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을 기초로 경제협력기구를 만들자고 합의했다.

회원들은 임영근 우림기술 회장을 ACO총재로 선출하고, 전 회원들이 상호투자, 인재교류, 교역확대에 힘을 쏟기로 했다. ACO는 앞으로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유럽국가의 기업인과 벤처캐피털리스트도 참여시켜 약 23개국이 참여하는 국제민간기구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

ACO회원들은 하얼빈 경제기술개발구에서 경제협력 상담회도 개최했다. 이어 하얼빈 화난중로에 있는 1200만평 규모의 종합유통단지인 화남성에서 제2차 경제협력 상담회를 가졌다. 제3차 상담회에선 중국무역촉진위원회 및 중국국제상회 임원들과 경제협력확대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행사에서 ACO 회원기업인들은 한·중·일이 협력해야 세계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안중근정신’을 확인했다.

안중근 의사가 '동양평화론'을 완성하지 못하고 사형을 당했지만 그의 전략은 아시아평화체제를 위해 경제통합기구를 만들고 동아시아공동체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의 전략은 유럽연합(EU)를 창안한 프랑스의 로베르 쉬망과 비슷한 것. ACO회원들은 안중근 의사가 뜻을 다 펴지 못한 ‘아시아경제통합정신’을 꽃피게 하자고 거듭 다짐했다.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cetuu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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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