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아지는 청약률-계약률, 건설업계 오히려 안심?

박선옥 기자
입력일 2016-01-10 10:36 수정일 2016-01-11 11:30 발행일 2016-01-1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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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요 빠지면 실수요자로 체질개선돼 오히려 주택시장에 긍정"
용인모델하우스
청약률과 계약률이 낮아지며 분양시장에 경고음이 나오고 있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사진은 용인의 한 모델하우스에서 모형도를 살펴보는 방문객들.(사진=양윤모 기자)

주택 분양시장에서 가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빠져나간 가수요를 전월세난에 지친 실수요자들이 메우고 있어 시장체질은 오히려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작년 12월 전국 아파트 1순위 평균 경쟁률은 8.7대 1로, 전월 11.6대 1보다 낮아졌다. 

부산의 경우 92.4대 1로 여전히 청약률이 높았지만 11월(158.7대 1)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빠졌고, 서울도 22.7대 1에서 6.7대 1로 하락했다. 

인천은 2.0대 1에서 아예 1순위 미달(0.3대 1)로 돌아섰다. 경기·인천에서 공급된 22개 단지 중 절반이 넘는 13곳이 순위 내에서 모집 가구수를 채우지 못했다. 

계약률도 마찬가지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3분기 말 전국 민간아파트의 초기 계약률(분양 개시 후 6개월 이내)은 87.7%로 2분기(92.2%)보다 4.2%포인트 떨어졌다. 

분양시장의 주요 지표가 악화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는 있지만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청약률은 계약률과 비례하는 게 대부분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청약률은 낮지만 계약은 성공리에 마감되거나 반대로 청약률은 높은 계약률은 그에 미치지 못하기도 해 객관적인 평가 기준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롯데건설이 서울 강북구 미아4구역에 공급한 ‘꿈의숲 롯데캐슬’은 1순위에서 1.13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보였지만 일주일 만에 85%의 계약률을 기록했다. 현재는 100% 계약 마감했다. 

한라가 경기도 시흥 배곧신도시에서 분양한 ‘한라비발디캠퍼스1·2차’ 역시 1순위에서 대거 미달됐음에도 불구하고 계약률은 100%를 기록했다. 

대우건설이 경기도 안성에서 지난달 청약을 받은 ‘안성 푸르지오’도 759가구에 청약 접수가 14건 밖에 이뤄지지 않았지만 현장 분위기는 좋은 상태다. 

분양 관계자는 “안성 지역에서 워낙 오랜 만에 신규 분양이 나온 거라 청약통장 사용법을 모르는 사람이 꽤 많았다”며 “대신 견본주택에서 받은 사전접수만 실수요자 위주로 1000여건에 달해 청약률과는 달리, 계약은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분양이 발생하면 유동성에 타격을 입게 되는 건설사들도 지금의 계약률이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근 부동산시장이 과열돼 단기간 내 완판 된 것일 뿐 초기 50~60%의 계약률만 나와도 전월세난에 따른 20~40대 실주요 계층이 워낙 두터워 사업장을 끌고 가는 데 무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빨리 팔리면 좋겠지만 사실 1년 이내에만 완판되도 손해 볼 게 없다”며 “작년에 워낙 ‘며칠 만에 100% 마감’ 등의 얘기가 많이 나와 상대적으로 열기가 식은 것처럼 보일 뿐 지금도 나쁜 게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건설사들을 공포로 밀어 넣었던 인천 청라국제도시도 분양 당시에는 100% 계약 안 된 단지가 없었다”며 “투기 목적으로 들어왔다 입주를 안 한 사람 때문에 문제가 됐던 건데, 청약률과 계약률은 낮아져도 지금처럼 실수요 위주로 시장이 돌아가는 게 장기적으로 는 훨씬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박선옥 기자 pso982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