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구의 돈 되는 이야기] 액트너랩, 엔텔스, 강수현엔젤… 잔돈으로 큰돈 버는 펀드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입력일 2015-12-29 13:42 수정일 2015-12-29 13:47 발행일 2015-12-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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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와 화가. 이 2가지 직업은 서로 공통점이 없어 보인다. 해커는 수학적 두뇌가 있어야 하고, 화가는 예술적인 재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2가지 직업이 비슷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미국의 컴퓨터 전문가인 폴 그레이엄이다. 그가 하버드대학에서 ‘해커와 화가’란 제목으로 강의한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보통 해커와 화가는 너무 다른 특성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해커는 냉정해야 하고, 화가는 열정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맞는 얘기다. 그러나 진짜 성공한 해커는 열정을 가져야 하고, 정말 성공한 화가는 냉정함을 갖춰야 한다. 특히 최고의 해커와 화가는 남들이 생각해내지 못한 방식을 개발해낸 사람들이다. 이런 점에서 해커와 화가만큼 비슷한 직업은 드물다“

사실 폴 그레이엄은 이런 주장할 만한 사람이다. 왜냐하면 그는 하버드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해 석사와 박사를 받았다. 그는 세상이 알아주는 컴퓨터공학자가 됐다. 이른바 최고의 ‘해커’가 된 것.

그런데 그는 느닷없이 컴퓨터가 아닌 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에 들어가 디자인을 배우다가, 화가가 되기 위해 이탈리아에 가서 피렌체미술아카데미를 다녔다. 결국 그는 해커와 화가를 모두 경험해본 셈. 그럼에도 그는 해커도, 화가도 되지 않았다.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로 가서 ‘벤처투자가’가 되었다.

그가 벤처투자가가 된 이유는 간단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해커와 화가의 재능을 다 가진 사람은 어떤 사람이 비즈니스를 해서 성공할 수 있는지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

그는 실리콘밸리에 가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성공할만한 사람을 찾아 씨앗돈(seed money)을 대주기로 했다. 그렇지만 그는 돈을 그리 많이 가지고 있지 않았다. 결국 제사카 리빙스턴 등 몇 사람들과 돈을 모아 ‘투자펀드’를 만들었다. 이 회사의 이름이 ‘Y컴비네이터’다.

그는 월스트리트의 대규모 펀드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펀드를 운영했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만 아직은 동전 한 푼 없는 초기창업자들을 모아 씨앗돈을 투자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런 투자펀드를 ‘엑셀러레이터’라고 부른다.

그는 지금까지 약 500여명의 젊은 아이디어맨에게 투자를 했는데,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세계적인 벤처기업이 된 에어비앤비도 이 펀드에서 투자한 업체.

폴 그레이엄의 Y컴비네이터의 투자방식은 참 독특하다. 이는 미국의 투자가인 거트루드 스타인이 초라한 가난뱅이 화가 피카소에게 돈을 대준 것과 꼭 같은 방식.

거트루드 스타인은 피카소에게 돈만 대준 게 아니라, ‘인맥’을 소개해주었다.

Y컴비네이션의 방식도 그렇다. 투자받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모아 성공한 벤처기업인들과 식사를 같이하게 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인맥을 형성할 수 있게 해줬다.

이제 한국에서도 Y컴비네이션 같은 소규모투자 펀드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액트너랩, 엔텔스, 퓨처플레이, 강수현전문엔젤 등이 그렇다.

이들은 50억원 정도의 소규모펀드로 성공가능성을 가진 초기창업자를 찾아 나섰다. 중소기업청도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엑셀러레이팅이 한국에서도 번성토록 하기 위해 모태펀드에서 자금을 지원한다. 앞의 4개 펀드에 대해 펀드당 40억원씩 투입한다.

한국에도 미국 못지않게 해커기질과 화가기질을 가진 초기창업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들이 이 소규모펀드를 활용, 세계적인 벤처기업으로 도약하길 기대해본다.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cetuu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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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