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안정 보고서] 한국 경제, 겉으론 '여유'…속으론 '골병'

유승열 기자
입력일 2015-12-22 18:16 수정일 2015-12-22 19:05 발행일 2015-12-2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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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위험부채 비중, 금융위기 직후보다 4.3%p 높아
기업 10곳 중 1곳이 '좀비기업'
급증한 부동산대출, 자산처분 몰리며 집값 하락 우려
G2리스크에 외화조달여건 악화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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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금융시스템은 아직까지 안정적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가계·기업부채 급증, 불안한 국내외 금융시장 등이 국내 경제에 큰 위협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의 위험부채 비중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 수준을 넘어선 가운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국내 시장금리 상승이 본격화하면 한국 경제에 메가톤급 충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22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외부감사 대상기업 중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을 겪을 수 있는 위험기업 비중은 올 상반기 15.9%로 2009년 21.2%보다 하락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가진 위험부채가 전체 기업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 상반기 21.2%로 2009년의 16.9%보다 상승했다. 현재의 위험부채 비중은 금융위기 직후보다 4.3%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특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5%포인트 내려가고 금리가 1.5%포인트 상승할 경우 위험기업 수 비중은 24.1%로 높아지고 위험부채 비중은 32.5%까지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조정이 시급한 ‘만성적 한계기업’이 10곳 중 1곳 수준으로 늘어난 점도 부정적인 요인이다. 만성적 한계기업은 기업 설비투자·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외부 충격시 금융회사의 대규모 부실로 이어져 경제 시스템 전반을 뒤흔들 수 있다.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도 문제로 지적됐다. 부동산 시장 호황, 주택매매 증가, 저금리 등에 힘입어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했고, 급증한 개인사업자대출(자영업자대출)에서는 부동산 임대업대출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이 부채가 부실화되면 금융·실물거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향후 부동산 규제 강화는 물론 베이비부머 세대 등이 은퇴 후 금융부채 디레버리징(축소)에 적극 나설 경우 부동산 가격의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 외화조달여건(CDS 프리미엄)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됐다. 중국 경기둔화, 미국의 금리인상 및 신흥시장국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경우 글로벌 위험회피 행태가 국내로 확산될 가능성은 높다는 분석이다.

한편 보고서는 한국의 금융시스템에 대해 “금융기관 및 외환 부문의 건전성이 양호한 수준을 지속함에 따라 안정된 모습을 유지했다”고 분석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3분기 14.67%로 전분기대비 0.18%포인트 하락했지만, 여전히 규제비율(8.0%)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외환건전성은 순대외채권 규모가 계속 확대되고 외환보유액 및 총외채대비 단기외채 비중이 낮은 수준을 이어가는 등 대외지급능력이 견실한 모습을 유지했다. 국내은행의 외화조달 여건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유승열 기자 ysy@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