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안정 보고서] 국내 기업 10곳중 1곳은 '좀비기업'

이채훈 기자
입력일 2015-12-22 17:36 수정일 2015-12-22 18:47 발행일 2015-12-2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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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성 한국은행 부총재보, 조정환 금융안전국장, 신호순 금융시장국장 등 관계자들이 22일 서울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열린 금융안정보고서 설명회에서 세부내용을 설명하고 있다.(연합)

우리나라의 기업부채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높으며, ‘좀비기업’(만성적 한계기업)도 국내 기업 10곳 중 1곳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 핵심부채 비율은 지난해말 105.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97.1%)을 웃돌았다.

외부차입 의존도를 나타내는 기업의 자금조달잔액 대비 핵심부채 비율은 2011~2014년간 0.9%포인트 올라 지난해말 OECD 평균(34.3%)을 상회하는 37.0%를 기록했다.

지난해말 국내 기업의 핵심부채중 채권 비중은 35.8%를 차지해 미국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었으며, 장기부채가 79.5%로 선진국 수준을 웃돌았다.

국내 기업의 영업활동을 통한 이자상환능력(2013년 기준)은 4.3배로 일본(14.3배), 독일(10.2배), 영국(6배) 등에 비해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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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선진국 기업은 금융위기 이후 기업부채 조정이 이뤄졌지만 우리나라는 채권 금융사의 관리 부실, 정부 정책자금 지원 영향 등으로 부채 조정이 지지부진하다고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인 기업 2만7995개사중 ‘좀비기업’(만성적 한계기업)의 비중은 2009년 8.2%(1851개사)에서 2014년 10.6%(2561개사)로 늘었다.

한계기업은 이자보상비율(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 비율)이 3년 연속 100%를 넘지 못한 곳이며 좀비기업은 지난 2005년부터 10년간 2차례 이상 한계기업이었던 곳이다.

외부감사 대상 기업중 한계기업 비중은 2009년 12.4%에서 2014년 14.4%로 늘었으며 같은 기간 한계기업중 좀비기업의 비중도 65.7%에서 73.8%로 증가했다.

대기업중 좀비기업 비율은 지난 2009년 6.6%에서 2014년 10.8%로 상승했고 중소기업중 좀비기업 비율은 같은 기간 8.5%에서 10.6%로 높아졌다. 특히 운수·건설·조선·철강 업종에서 한계기업이 크게 늘었다.

한은은 국내 경기 부진 지속, 기업 경영실적 악화 등 최근의 상황을 감안할 때 좀비기업 증가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구조조정 확대를 위한 제도적 개선방안의 모색을 촉구했다.

또 국내 기업들이 부진한 가운데 대외여건까지 뒷받침되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외화조달여건이 악화될 가능성도 크다고 밝혔다.

최근 신흥국 경제는 통화가치 하락, 자본 유출 등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여 우리나라 실물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물 및 금융부문에서 중국과의 상호 연계성이 크게 강화된 것도 우리 경제의 불안요소다. 한은은 2014년 하반기 이후 중국 경제 성장 둔화에 따른 국제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원자재 수출국의 경상·재정수지가 악화되며 신흥국의 대외신인도가 저하될 우려가 커졌다고 평가했다. 이는 향후 미국의 금리 인상시 외채상환 부담 등과 맞물려 국내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전망이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외화조달여건이 악화될 확률은 올해 9월 기준 23.2%였으나, 신흥국 금융불안이 증대될 경우 48.0%, 미국 금리인상 등으로 국제금리 상승 압력이 가중될 경우 75.0%로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채훈 기자 freei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