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구의 돈 되는 이야기] 솔직함이 최고의 강점이다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입력일 2015-11-10 11:11 수정일 2015-11-10 15:56 발행일 2015-11-1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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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의 한재권 회장은 참 솔직하다. 기업인에게 ‘솔직함’이 강점이 될 수 있을까? 한 회장과 처음 친해지기 시작했던 때인 2005년 조인의 연간 매출액은 270억원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는 27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11년간 1000%나 증가한 것. 지속적인 매출증가세를 보면 한 회장의 솔직성이 기업경영에 강점이 되었음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조인의 주생산 품목은 달걀. 이 회사는 연간 7억개의 달걀과 5억개의 매추리알 등 모두 12억개의 알을 이마트 등을 통해 공급한다.

흔히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라는 질문을 한다. ‘어느 쪽이 먼저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걸 뜻하는 속담이다.

그러나 이 회사에선 달걀이 먼저다. 최고의 유전자를 가진 달걀을 선별해 부화시킨다. 이어 갓 태어난 병아리를 다시 선별해 깨끗하고 위생적인 환경에서 적합한 영양을 공급 해준다. 일반 양계장은 닭이 달걀을 낳는 2단계 과정을 거치지만, 이 회사는 달걀로 닭을 키워 달걀을 낳는 3단계 과정을 거친다.

그래서 조인은 달걀 연구개발(R&D)부문에 과감히 투자한다. 헬리코박터균의 항체를 함유한 ‘닥터 IgY계란’을 개발한 것도 이 덕분.

현재 이마트 등에 공급하는 ‘영양란’도 생산된 달걀을 그대로 공급하는 게 아니다. 혈청검사와 위생검사를 실시하는 깨끗한 농장에서 생산한 무항생제 계란을 지하암반수로 세척한다. 이어 음파기로 금이 간 계란을 골라낸다. 레이저기기로 혈반이 있는 달걀을 골라내고, 자외선으로 살균한 뒤 전량 15℃이하의 냉장차량으로 운송해 공급한다.

한 회장은 “먹거리 기업은 솔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내가 먹는 계란’에 대한 정보도 투명하게 공개한다. 계란에 표시된 고유번호를 홈페이지(등급계란정보서비스)에서 입력하면 영양등급수준, 포장일자 등을 즉시 확인할 수 있다.

한 회장의 이런 솔직성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그는 시골에서 농사를 짓다가, 19세에 서울로 올라와 양계장에서 일을 했다. 여기서 10년간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지난 1979년 서울 내곡동에 강남농장이란 양계장을 차렸다. 이때부터 ‘내가 가진 건 솔직함 뿐’이라며 성실하게 계란을 납품했다. 40여년간 오직 계란을 생산하며 소비자를 속이지 않고 끝까지 ‘친환경’을 추진한 덕분에 현재와 같은 중견기업으로 떠올랐다.

한 회장과 중국 베트남 평양 등에 함께 출장을 간 적이 있다. 그는 비행기를 타기만 하면 어느새 책 한 권을 꺼내 읽기 시작한다. 하루일정이 끝난 뒤 함께 출장 간 대부분의 기업인들은 저녁 술자리를 찾아가는데도 그는 근처를 산보한 뒤 호텔로 돌아와 독서를 하는 걸 여러 번 봤다.

그의 독서열은 상식수준을 넘어선다. 경영 경제 농업 영양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밑줄 그어가며 읽는 습관을 가졌다. 사원들에게도 책읽기를 권장한다. 그와 대화를 하다보면 ‘참 배울 점이 많은 분이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 무척 많아서다. 한 회장은 가능한 한 ‘때문에’라는 말보다는 ‘덕분에’라는 말을 쓰도록 노력한다고 강조한다.

평양출장을 갔다가 순안공항에서 베이징공항으로 가는 비행기 안 에서 그는 “북한 어린이들이 달걀을 마음껏 먹을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그 출장 이후 한 회장은 계란 한 팩 당 100원씩을 가난한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하고 있으며, 회사 세전이익의 10%를 사원들에게 나눠주는 이익공유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cetuu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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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