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회생 김포, 다시 '미분양 무덤' 되나

박선옥 기자
입력일 2015-11-08 10:16 수정일 2015-11-08 17:48 발행일 2015-11-0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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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김포가 ‘미분양 무덤’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난 지 1년여 만에 또 다시 위기를 맞았다. 하반기 들어 판매 속도가 눈에 띄게 줄더니 청약가구 수의 절반 가까이 못 채운 단지가 등장한 것이다. 8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이 지난 4일과 5일 김포한강신도시 Ab-03블록에서 ‘김포한강 아이파크’ 1228가구(특별공급 제외)에 대한 1·2순위 청약을 받은 결과 659명만이 접수, 0.54대 1의 청약률에 그쳤다. 올 들어 김포에서 분양된 아파트 중 일부 주택형이 미달되는 경우는 있었으나 ‘김포한강 아이파크’처럼 전체 경쟁률이 1 이하로 내려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라는 대형 브랜드가 대거 미달된 것에 업계도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김포시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해 12월 1074가구에서 올해 1월 648가구로 떨어진 뒤 8월 238가구로 급감했다. 반도건설이 상반기 공급한 ‘한강신도시 반도유보라3차’는 일주일 만에 완판됐을 정도로 분위기가 달아오르기도 했다.하반기들어 신규 분양 물량이 누적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9월 말 기준 김포시 미분양 물량은 전월(238가구)보다 7배 이상 급증한 1694가구로 치솟았다. 현재는 통계에 빠져 있지만 10월에는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1~2년 전 건설사들이 입주 시기가 다 되도록 팔리지 않은 아파트를 ‘전세분양’, ‘애프터리빙’ 등의 이름으로 세입자들에게 넘겼는데 전세 만기 후 세입자들이 분양받지 않으면 다시 미분양이 된다. 전문가들은 미분양의 원인을 수급 불균형에서 찾고 있다. 김포시 청약자 대부분이 서울 강서권이나 인천 서구, 일산 등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올해 김포에서 분양됐거나 분양될 아파트는 작년(6200가구)의 2배가 넘는 총 1만5000여 가구에 이른다. 익명을 요구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자족기능이 없는 김포의 특성상 수요를 외부에서 채울 수밖에 없는데 작년부터 2만 가구가량이 쏟아졌다”며 “이제 서울 강서권이든 일산이든 청약할 사람은 웬만하면 다 해 한계에 달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는 “지금 당장 김포의 미분양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지금의 분위기가 계속되면 분양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며 “분양일정이나 분양가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선옥 기자 pso982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