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률 45대1 아파트 당첨자 30% '청약 펑크'… 주택시장 '이상 신호'

권성중 기자
입력일 2015-11-08 16:33 수정일 2015-11-08 17:16 발행일 2015-11-08 3면
인쇄아이콘
강남 아파트
전국 주택시장에서 미계약 단지가 늘어나고 매매·전세가 상승률이 둔화되면서 이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사진은 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

전국 곳곳 주택시장에서 이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연초부터 완연한 상승세를 이어 온 분양시장에서는 최근 미계약 단지와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 주택 매매와 전세 거래 열기도 식어가는 모습을 보이며 가격 상승세도 주춤하고 있다.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분양시장에서 수요자들의 안목이 깐깐해진 것으로 보인다. 9월 들어 전국 아파트 공급 물량은 늘어났지만 ‘투기성’ 수요자들이 청약은 해놓고 웃돈이 붙지 않을 것 같은 저층부 등의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3만2524가구로 전월에 비해 2.6%가 급증했다. 지난 8월 11가구에 불과했던 대구시의 미분양은 9월 들어 108가구로 늘었고, 부산도 지난 8월 1044가구에서 9월에는 1252가구로 증가했다. 충남은 지난 8월 3636가구에서 9월 5537가구로 한달 새 미분양 물량이 52.3%나 급증했다.

한 중견 건설사의 임원은 “서울과 수도권 신도시·택지지구 아파트는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층이 꾸준히 매입을 하고 있지만 최근 2~3년간 분양물량이 집중됐던 지방에선 미계약이 늘기 시작했다”며 “특히 일부 지방은 아파트 공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8월 부산 동래구에서 분양한 D아파트의 경우 일반분양 577가구 모집에 부산 1위에서만 2만6454명이 몰려 평균 45.8대 1의 높은 경쟁률로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했지만 실제 계약은 70%에 그치고, 30%에 가까운 173가구가 미분양 주택으로 등록됐다. 웃돈이 붙지 않는 저층이나 조망권이 좋지 않은 가구의 당첨자들이 계약을 대거 포기한 것이다.

역시 지난 8월 부산 모라동에서 분양했던 D아파트는 426가구 일반분양에 역시 부산 1순위에서만 1만2000명이 몰리며 28.3대 1로 1순위 마감됐지만 당첨자들이 대거 계약을 포기, 10월 말 기준 110가구가 미분양된 것으로 조사됐다.

신규주택 청약자도 감소세가 완연하다. 주택공급은 지난 9월 2만5449가구에서 10월에는 4만1천422가구로 62.8%나 급증했으나, 1순위 청약자 수는 지난 9월 41만222명에서 10월에는 35만5911명으로 오히려 13.2% 줄었다. 2순위를 포함한 총 청약자 수도 지난 9월 42만4198명에서 10월에는 38만4228명으로 감소했다.

가을 이사철 성수기임에도 추석 이후 주택 매매·전셋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서울을 제외하고는 거래시장도 탄력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부동산114이 내놓은 10월 중 전국 아파트 매맷값 상승률을 보면 전월에 비해 0.35% 올랐다. 이는 지난 9월(0.39%)에 비해 상승폭이 0.04%포인트 줄어든 수준이면서 설 연휴가 끼어 있던 2월(0.34%)에 이어 올해 두번째로 낮은 상승률이다. 통상 10월은 9월 추석 연휴 이후 주택거래가 활발하게 진행되며 가격 상승폭이 커지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달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76%로 올해 들어 가장 낮았다. 수도권에서도 재건축 사업 추진으로 이주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서울만 지난달 전세 1.32%, 매매 0.49% 오르며 전월에 비해 상승폭이 컸고 경기·인천은 매매·전세 모두 오름폭이 둔화됐다.

한 부동산 시행사 대표는 “대구·부산 등 광역시와 지방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최근 2~3년간 집값이 많이 올랐고 내년 이후 대구 등 지방에선 입주 물량도 늘어난다”며 “수도권은 몰라도 지방은 서서히 침체가 시작되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권성중 기자 goodmatter@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