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구의 돈 되는 이야기] 맨손으로 갑부가 되는 방법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입력일 2015-10-27 13:37 수정일 2015-10-27 13:45 발행일 2015-10-28 14면
인쇄아이콘

브라이언 체스키는 대학을 졸업했지만 백수였다. 미국 로드아일랜드에서 디자인스쿨을 졸업한 뒤 잠시 취직을 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둔 상태였다. 체스키의 부모는 그에게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직장이면 어디든 취직하라”고 압박했다.

그는 더 이상 빈둥거릴 수만 없어서 친구인 게비아를 찾아가 함께 탈출구를 찾아보기로 했다. 대학 동창인 게비아도 역시 백수였기 때문. 그는 남은 잡비 1000달러를 주머니에 넣고 친구가 사는 샌프란시스코로 갔다. 그는 친구의 아파트에 머물면서 어떻게 해서든 둘이서 함께 장사를 시작해 백수에서 탈출할 생각이었다.

두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갖가지 사업아이디어를 떠올려봤다. 하지만 별 뚜렷한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 왜냐하면 무슨 장사를 시작하더라도 밑천이 필요했기 때문. 먼저 사무실을 얻을 돈조차 없었다.

이처럼 급박한 상황에서 체스키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2주일 뒤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산업디자인콘퍼런스가 열리는데 이곳에 참석하는 디자이너들에게 아파트 거실을 빌려주자는 거였다. 이는 여기에 참석하는 디자이너들은 돈이 많지 않기 때문에 비싼 호텔에서 숙박하긴 어려울 거라는데 착안을 한 것.

두 사람은 남은 돈으로 침대 매트리스 3개를 구했다. 이를 거실에 깔아놓고 디자이너들에게 싼값으로 숙소를 빌려주고, 현재 자기들이 자는 안방을 사무실로 활용했다. 이것이 바로 ‘에어베드와 아침식사’(Air Bed and Breakfast)를 제공하는 ‘에어비앤비(Airbnb)’의 출발이었다.

이 첫 사업이 성공하자 두 사람은 자기 집의 일부를 잠시 빌려주는 사람들과 이를 활용하려는 사람들을 연결시켜주는 이른바 ‘민박알선사업’을 펴기로 했다. 장사판을 키워보자는 판단에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하던 블레차르지크를 끌어들여 이용하기 편한 앱을 개발한 뒤 투자자를 물색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값싼 호스텔을 두고 굳이 낯선 사람의 집에서 민박할 사람이 없을 거란 것.

그럼에도 체스키는 포기하지 않았다. 디자이너인 그는 민박숙소를 고화질 사진으로 올렸다. 뉴욕에 가서 에어비앤비에 참여하겠다는 집들을 일일이 찾아가 디자이너 감각이 깃든 사진을 찍어 사이트에 올렸다.

이를 활용하겠다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자 투자자들도 몰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체스키는 전 세계에서 독특한 디자인을 가진 집들을 찾아 나섰다. 특히 집주인의 사진을 사이트에 올려 신뢰도를 높였다. 이 사업으로 그는 3년 만에 갑부가 되었고, 7년 만에 포브스가 발표한 ‘억만장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 얘기를 들으면 지금 한국에서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은 “에이, 그건 미국에서나 가능한 일이고, 여기선 어림도 없는 얘기지”라고 흘려버릴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에서도 맨손으로 시작해 중견기업인이 된 사람들은 수없이 많다.

미국의 체스키는 친구집 안방을 창업사무실로 해서 출발했지만, 한국의 최대병 대표는 사무실을 차릴 돈이 없어서 서울 남산식물원 뒤에 있는 한적한 벤치를 사무실로 정해서 출근했다고 한다. 무역업을 시작한 그는 하루 종일 거래처를 찾아다니며 영업을 하다가 지치면 이 벤치에 와서 장부정리도 하고, 휴식도 취했다는 것.

에센시아의 신충식 대표는 봉고차 한 대를 사무실 겸 집으로 활용해 지금은 유명한 칫솔건조기 업체 사장이 됐다. 박명선 청우네이처 회장도 지프차를 빌려 공구를 싣고 다니며 사업을 시작해 중견기업인으로 떠올랐다. 이처럼 사무실 차릴 돈도 없이 장사를 해서 성공한 사람은 체스키 뿐이 아니다.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cetuus@viva100.com

20151020010004048_1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