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구의 돈 되는 이야기] 통일만 대박? 북한 개방도 대박이다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입력일 2015-10-13 10:25 수정일 2015-10-13 10:27 발행일 2015-10-1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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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시민들의 출근하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그때 필자는 평양 보통강호텔에 묵고 있었는데, 이른 아침 이곳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보고 싶어 호텔을 빠져나왔다.

호텔 밖을 나서자 수양버들가지들이 늘어진 보통강 강변에 조깅하는 젊은 여자들과 마주쳤다. 그들이 입은 조깅복의 세련미는 한강공원을 달리는 사람들에 못지않았다. 조깅화엔 나이키상표가 뚜렷이 보였다.

안산로 쪽으로 걸어 나오자 트램들이 바쁘게 지나갔다. 여자 교통경찰의 절도 있는 손놀림을 한참이나 구경하다가 앞을 지나가는 자전거에 눈길이 멈췄다. 한 아저씨가 일곱 살쯤 되는 딸애를 자전거 뒤에 태운 채 지나갔다. 그때 귀엽게 생긴 딸애가 양손으로 앞에 앉은 아빠의 옆구리를 간지럽게 했다. 간지러움을 참지 못한 아빠가 큰소리로 웃자 딸애는 더 자지러지게 따라 웃었다. 아빠와 딸애의 웃음소리는 평양의 아침을 환하게 만들었다. 순간 ‘아, 여기도 사람들이 사는구나’라고 느꼈다.

이어 출근하는 사람들 사이를 걷는데 정말 특이하고 놀라운 모습을 발견했다. 출근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손에 책을 들고 열심히 들여다보면서 걷는 것이었다.

‘도대체 무슨 책을 읽고 있는 걸까?’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를 물어보기 위해 몇몇 사람에게 말을 걸어봤다. 하지만 아무도 대꾸 하지 않았다.

이날 아침 확실히 깨달은 게 하나 있다. 우리는 항상 남한과 북한을 비교할 때 1인당 GNP의 수준을 가지고 북한을 엄청난 ‘후진국’으로 본다. 그러나 평양시민들의 지적수준이나 질서의식은 남한보다 결코 뒤지지 않다는 걸 확실히 깨달았다.

최근 미국의 투자귀재인 짐 로저스가 “통일이 되면 북한에 전재산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대부분이 “그는 괴짜이니까”라며 그의 말을 흘려버렸다. 그렇지만 짐 로저스는 펀드투자로 갑부가 된 뒤 오토바이로 52개국을 돌아다녔고, 승용차로 115개국을 찾아다녔을 정도로 세계현장정보를 많이 가졌다.

그는 북한의 투자환경에 대해서도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그의 말은 단순한 ‘객기’가 아닐 수 있다. 이때 필자는 중소기업북한투자사절단을 수행하고 평양에 갔는데, 우리 일행이 투자하기로 한 공장부지에 갔을 때 북한측 기업인들의 열정은 대단했다. 공장부지를 보여주며 이곳에 투자를 하면 식품제조공장을 차려서 열심히 일해 수출까지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들은 “우리는 경제발전을 위해 너무나 바쁜 상황”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평양기업인들은 ‘바쁘다’는 말을 수없이 했다. 그럼에도 북한측이 핵개발을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남북관계가 악화돼 한국 중소기업인들의 평양투자는 무산되고 말았다.

요즘 우리 정부는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한다. 짐 로저스도 그렇다고 한다. 이 전망은 정말 확실한 것이다.

하지만 통일에 앞서 북한의 ‘개방도 대박’임에 틀림이 없다. 정치체제가 문제이지 북한주민들의 수준은 투자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최근 한신문사의 ‘통일나눔펀드’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는 한국사람들 대부분이 북한이 대박임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 이제 통일에 앞서 북한을 개방시켜야 할 때가 왔다. 평양시민들이 책 대신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출근하는 모습을 빨리 보고 싶다.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cetuu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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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