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비데 등 생활가전 렌털은 옛말… 명품·타이어·의류까지

김보라 기자
입력일 2015-10-05 17:34 수정일 2015-10-05 18:12 발행일 2015-10-06 18면
인쇄아이콘
clip20151005143526
렌탈시장이 매년 30% 이상씩 성장하면서 렌탈 비즈니스에 뛰어드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모델들이 현대렌탈케어의 정수기를 홍보하는 모습. (사진제공=현대렌탈케어)

렌털(Rental)시장이 전성시대를 맞았다. 장기화된 불황으로 소비자들이 사서 쓰는 대신 빌려 쓰는 문화가 확산돼 하나의 소비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활가전을 비롯해 명품·주방제품·의류·액세서리까지 렌털 품목도 다양해지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렌털시장은 2016년 25조9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5년 전에 비해 2배 가량 커진 수치다. 이 가운데 소비재 렌털시장 규모도 지난 2011년 12조2000억원에서 2016년 16조9000억원까지 38% 가량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덕분에 렌털사업을 그동안 지속해왔던 업체들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 정수기·공기청정기·안마의자 등 생활가전 렌털시장만 지난해 약 4조원을 기록했다.

대표적으로 코웨이는 올해 상반기에 매출 1조336억원, 영업이익 2106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각각 1.52%, 20.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쿠쿠전자는 매출 3267억원, 영업이익 546억원으로 전년보다 각 20.9%, 32.2% 상승했다. 안마의자 렌털 전문회사 바디프렌드는2011년 306억원이던 매출을 지난해 1450억원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렌털시장의 성장으로 생활가전 업체 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에서도 렌털사업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유통공룡 롯데는 KT렌탈을 인수한 후 자동차 렌털에서 생활용품 전 분야로 렌털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나섰으며 현대백화점그룹은 렌털·케어 법인 현대렌탈케어를 설립해 시장잡기에 나섰다. 또 넥센타이어는 타이어업계 최초로 고객이 차종과 타이어의 종류에 따라 제품을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는 신개념 타이어 렌털 서비스를 선보였다. 패션업계에선 월정액으로 여러 브랜드의 옷을 마음껏 입어 볼 수 있는 패션 렌털 서비스인 원투웨어가 오픈됐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렌털산업의 성장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그동안 기업 간 거래(B2B)에 머물렀던 렌털시장이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으로 더욱더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들어 매매 가격보다 높은 전세 가격이 나타나는 까닭은 저금리의 장점을 최대한 누리되 주택 소유를 기피하려는 현상 때문”이라며 “이 같은 현상이 주택이라는 큰 자산에만 국한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선 렌털시장의 성장 가능성만 믿고 너도나도 렌털사업을 벌이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렌털 비즈니스 특성상 투자에 대한 회수가 장기간 일어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사업을 전개할 역량이 없이 섣불리 사업에 나섰다가는 소비자에게까지 피해가 번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소유권 이전형 렌털’ 소비자 피해 상담건수는 8558건으로 3년 전인 2010년에 비해 2000여건이나 증가했다.

렌탈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검증되지 않은 제조사들이 난립하는 실정”이라며 “지속적으로 사업을 전개해나갈 역량없이 무턱대고 뛰어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bora6693@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