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한민국, 탈출구를 찾아라] 초우량 기업들 신용평가 줄줄이 하락… '일류기업' 멸종 위기

심상목 기자
입력일 2015-10-04 18:47 수정일 2015-10-04 18:47 발행일 2015-10-0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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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 앞둔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 '차분'
대규모 부실이 드러난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연합)

“한국의 기업들 중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은 조만간 사라질 것이다. 증권사 연구원이 의미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종목은 아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오랫동안 명성을 떨쳤던 증권사 연구원이 현업을 떠나며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그는 한국경제의 위기를 예견하면서 국내 대표기업들이 속속 지위를 잃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이 업계를 떠난 지난 2013년 6월, 공교롭게도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우량기업조차 회사채를 발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는 STX 사태 등으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었고 최고 신용등급을 기록했던 KB금융그룹은 회사채 발행을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시도 조선과 해운 등이 위기에 직면했다”며 “기업의 신용등급 하락과 회사채 발행 어려움이 지금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기업은 대규모 연구개발(R&D) 및 설비투자 자금을 회사채 시장과 증시 두 곳에서 조달한다. 신용등급이 우량할수록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 수익성을 그만큼 높일 수 있다. 회사채 시장의 자금 조달 길이 막히거나 여의치 않아지면 증시를 통한 조달에 의존해야 하는데, 회사채 시장에서 외면받은 기업은 증시에서도 굴욕을 각오해야 한다. ‘빈익빈, 부익부’의 원칙이 철저히 적용되는 곳이 자금시장이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가 이달 1일 발표한 ‘2015년 상반기 그룹분석 데이터’를 보면 현대중공업그룹과 GS그룹 한화그룹, 두산그룹, 현대차그룹, 포스코그룹의 부채비율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한화그룹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상반기 175.8%에서 187.7%로 높아졌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상반기 129.0%에서 139.3%로 올라갔으며 GS그룹은 111.0%에서 120.4%로 증가했다.

부채비율의 증가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신용평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신평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총 55개 국내 기업의 신용등급을 강등시켰다. 대표 우량기업이었던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지난 4월 AAA등급에서 AA+로 떨어뜨렸다. 이후 신용등급이 하락한 기업 중 38곳은 신용등급 A이상 우량기업이었다. AA 이상 초우량 기업도 총 17곳이었다.

부채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평가된 GS그룹은 지주사와 함께 GS칼텍스, GS에너지, GS건설 등 핵심 계열사의 신용등급이 하락했다. 또한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도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포스코 외에 기존 우량기업들까지 회사채 시장에서 굴욕을 당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려를 넘어선 비관론이 팽배해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한신평 등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주요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하락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올해 가장 많았다”며 “국내경제는 위기감이 도래한 것이 아니라 이미 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심상목 기자 ss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