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구의 돈 되는 이야기] 10억보다 100억 구하기가 더 쉽다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입력일 2015-09-29 13:00 수정일 2015-09-29 15:26 발행일 2015-09-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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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플래닛은 소셜미디어 서비스업체다. 이 회사는 연봉, 면접정보, 미래전망 등에 관한 기업정보를 제공한다. 그런데 이 회사 기업정보의 원천은 은행 신용평가사 등이 아니다. 이 회사의 기업정보는 현재 몸담고 있는 회사의 임직원들이 제공하는 것들이다. 이들의 솔직한 견해가 담겨있는 정보여서 고객들은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이 기업정보는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잡플래닛의 기업평가의 장점은 제공자의 익명성. 제공하는 사람이 실명이 아니어도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 물론 정보의 옳고 그름은 고객이 판단해야 할 과제다. 그럼에도 2만개 이상의 기업정보가 제공되고 있고, 이용자는 3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미 최고의 ‘빅데이터’가 되고 말았다.

잡플래닛은 영업전략만 이렇게 독특한 게 아니다. 급성장에 따른 자금조달 방법도 남다르다. 이 회사는 투자자금을 국내에서 조달하기에 앞서 해외벤처펀드를 활용했다. 처음 알토스벤처스를 통해 6억5000만원을 구한데 이어 미국 퀄컴벤처스를 통해 50억원을 더 투자받았다. 이 자금조달수치는 중소기업청 확인기준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자금을 해외펀드를 통해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들어 급성장하는 벤처기업들 가운데 이처럼 해외벤처펀드를 통해 투자자금을 조달하는 업체들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오창산업단지에 있는 모바일 터치스크린 제조업체인 썬텔도 해외벤처펀드를 활용, 급성장하고 있는 기업. 이 회사는 미국 블루런벤처스로부터 투자자금을 조달한데 이어 싱가포르벤처펀드의 후속투자를 받는 등 40억원 이상을 해외투자펀드로부터 조달했다.

모바일 검색업체인 ‘우아한 형제들’도 알토스벤처스로부터 8억5000만원을 투자받은데 이어 골드만삭스로부터 엄청난 거액을 투자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의 벤처기업에 대해 과감한 투자를 하는 해외벤처펀드들도 늘어나고 있다. 블루런과 알토스 외에도 빅베이신캐피털, 스톰벤처스, 500스타트업스, 스트롱벤처스, 드래퍼애터나 등 해외벤처펀드들이 한국 중소기업에 과감하게 투자한다.

이같은 변화를 수용하기 위해 중소기업청도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 상하이에 벤처펀드 유치를 위한 사무소를 개설한데 이어 싱가포르에도 외자유치사무소를 열었다. 덕분에 정부가 모태펀드 출자 등을 통해 조달한 벤처기업 외자유치는 7756억원에 이른다.

며칠전 사석에서 만난 한 벤처기업인은 이렇게 털어놨다. “국내 금융기관에서 1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려면 죽을 고생을 해야 하는데, 해외벤처펀드에 가서 그 정도 노력을 하면 100억원은 금방 투자받을 수 있다.”

사실 상장기업들은 해외투자를 받은 걸 공시해야 하지만 작은 기업들은 이런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 그만큼 투자유치 절차가 간소화된 건 사실.

하지만 상품수출입 만큼 자유로운 건 아니다. 상품의 수출입은 이제 개인이 해외직구 및 해외직매를 할 수 있는 정도다.

이제 자본의 출입도 이 수준으로 개방되어야 한다. 벤처기업인들은 “한국 금융기관들의 꽉 막힌 영업전략을 보면 여전히 한숨이 날 정도”라고 토로한다.

정부가 조금만 규제를 더 풀어주면 기업들이 마음 놓고 해외금융을 활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한국 금융기관의 구태의연한 투자전략은 언젠가 해외투자펀드들의 요구에 의해 한꺼번에 무너지고 말 것이다. 하지만 하루가 바쁜 벤처기업인으로서는 그때까지 기다릴 순 없다. 오늘이라도 당장 해외펀드를 활용할 방법을 찾아 나서자.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cetuu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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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