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구의 돈 되는 이야기] 일본 MK택시의 성장비결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입력일 2015-09-22 09:04 수정일 2015-09-29 13:11 발행일 2015-09-2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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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을 매뉴얼화하라

일본 교토에 있는 MK택시는 친절하기가 세계최고 수준이다. 때문에 이곳에선 다른 회사 택시들이 줄지어 기다려도 손님들은 MK택시를 골라서 탄다.

덕분에 일본의 제로성장기에도 MK는 성장을 거듭해왔다.

MK의 성장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누구든 그 비결은 ‘친절’ 때문일 거라고 쉽게 판단을 내린다. 그렇다면 이 회사의 기사들은 왜 다른 회사 기사들보다 친절할까?

이 해답을 풀기 위해 교토 미나미구에 있는 MK 본사를 찾아가 꼼꼼히 취재해봤다.

첫 번째 해답은 ‘매뉴얼’이었다. 일반 회사에선 “고객에게 친절하라”고 계속 교육을 시킨다. 하지만 MK에선 “친절하라”고 강요하기 전에 “이 매뉴얼에 따라서 행동하라”고 교육한다. 바로 ‘친절’을 매뉴얼화해 놓은 것이다. 우선 기사의 복장부터가 명찰달린 검은색 정장에 정식모자를 꼭 쓰도록 한다. 넥타이착용도 필수다.

MK택시 기사들은 손님이 택시를 세우면 꼭 내려서 손님이 기분 좋게 탈수 있도록 직접 뒷문을 열어준다. 이 때 “친절하게 인사하라”고 교육하지 않는다.

MK는 이렇게 가르친다. “먼저 왼손을 뒷문 위에 살짝 걸친 다음, 오른손으로 모자를 벗고, 모자를 든 손으로 뒷문을 열어준 뒤, 고객이 자리에 바로 앉았는지 확인 후 문을 닫는다”

MK의 첫 번째 비결은 바로 ‘친절’이라는 추상적인 용어를 구체적으로 손의 위치까지 정해주는 ‘매뉴얼’로 바꾼 것이다.

본래 MK라는 회사명은 미나미택시와 가쓰라택시가 합병하면서 두회사의 이니셜을 따 MK로 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필자는 ‘Manual of Kindness’의 약자인 것 같다고 칭찬해줬다.

그럼에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하나 있었다. 그건 이렇게 매뉴얼대로 행동하라고 교육을 시키더라도 택시기사들이 실천을 하지 않으면 헛일. 하루 이틀 매뉴얼대로 해보다가 지쳐서 그만두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물론 MK는 다른 회사보다 기사에게 월급을 더 많이 주기 때문에 기사들이 매뉴얼대로 잘 따라 할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기 쉽다.

그래서 MK의 임원에게 집요하게 물어봤다. 두 번째 해답은 상상하지도 않은 곳에 있었다. 교토는 고도이자 관광도시여서 주택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집을 사려면 너무 비싸 그냥 월세로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그래서 월세로 사는 택시기사들이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기 시작했다는 것. 나아가 ‘MK단지’를 만들어 여기에 입주할 수 있게 해줬다.

그러자 놀라운 효과가 나타났다. 택시기사들의 매뉴얼 실천력이 높아지고, 사고율도 뚝 떨어졌다고 한다. 이미 MK 사원들의 주택보유율은 80%를 넘어섰다.

교토엔 미국 유럽 등에서 참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이들 관광객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 택시기사들을 1개월간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보내 영어를 배우고, 글로벌 인식도 높이게 해준다. 이런 알려지지 않은 사원배려 덕분에 일본 전국의 MK의 직원수는 2251명으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MK는 오늘도 직원들에게 ‘노동은 가장 신성한 것’이라고 반복해 교육한다.

취재하러 갔던 날 저녁 늦게 교토 시내 식당에서 나와 지나가는 일반 택시들이 많은데도 MK를 골라서 탔다. 그런데 웬일인가. 분명히 MK택시를 탔는데도 문을 열어주기는커녕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필자와 함께 MK를 탄 한국 중소기업인이 이렇게 말했다. “어느 회사든 이렇게 말 안듣는 녀석이 한둘은 꼭 있게 마련이지. 여기도 역시 사람사는 동네구만”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cetuu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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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