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회사까지 '화장품' 사업… K-뷰티 이대로 괜찮을까

김보라 기자
입력일 2015-09-15 16:34 수정일 2015-09-15 16:36 발행일 2015-09-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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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샷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 매장

‘K-뷰티’ 열풍이 거센 가운데 진입장벽이 낮은 화장품업계에 건설·제약 등 다양한 업체들이 화장품 시장에 노크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국내 화장품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중국 특수만 보고 진출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화장품 제조와 판매를 하겠다고 식약처에 등록한 법인만 7898개로 알려졌다. 3년 전인 2012년(1438개)과 비교해 무려 5배가 넘는 수치다.

최근 화장품 사업에 진출을 선언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식품업체 천호식품, 패션업체 랩· 로만손, CCTV카메라 제조사 휴바이론, 엔터테인먼트사 YG 등이다. 심지어 건설회사도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인스빌’ 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로 알려진 건설회사 신안은 지난해 ‘아름연’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하고 홈쇼핑 중심으로 판매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이 너도나도 화장품 사업에 진출하는 배경은 중국 시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중국 화장품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고 한류가 중국 뷰티 시장에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신성장 동력 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 화장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56조원에 달한 만큼 세계적으로 큰 시장에 꼽힌다. 1인당 화장품 소비액은 지난해 기준 34달러 수준으로 한국의 220달러, 일본의 292달러보다 훨씬 낮아 성장성이 높다.

앞서 진출한 주요 화장품 업체인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등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 시장에서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분위기도 한 몫했다.

하지만 화장품 업계 안팎에선 중국 시장만을 바라본 우후죽순식 사업 진출에 대한 우려도 있다. 차별화된 경쟁력이 없는 ‘묻지마’ 시장 진출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특히 비전문 기업들이 시장성만 보고 진출해 미투제품을 양산하면 오히려 ‘K-뷰티’의 이미지와 신뢰도를 갉아 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화장품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테스트도 하지않고 곧바로 중국 시장에 문을 두드리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며 “한국 브랜드로 중국에 진출하면 무조건 성공할 수 있으리 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문제”라고 말했다.

한 화장품 대기업의 관계자는 “화장품은 소비자들이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사는 것인데 중국 소비자들이 아무 제품이나 무턱대고 찾지는 않을 것”이라며 “화장품 시장은 진입 장벽이 낮은 데다 치열한 경쟁에 항상 노출돼 있어 차별화 없이 중국 특수를 겨냥한 무분별한 화장품 사업 진출은 결국 실패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보라 기자 bora6693@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