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구의 돈 되는 이야기] 젊은이들이여,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되라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입력일 2015-09-15 10:38 수정일 2015-09-15 10:38 발행일 2015-09-1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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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눈빛을 캐치하는 전문가가 되자

‘벤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가 벤처비즈니스이고, 두 번째가 벤처캐피탈이다.

벤처비즈니스란 벤처사업을 하는 벤처기업을 말한다. 또 벤처캐피탈이란 벤처사업을 하는 사람에게 돈을 대주는 걸 뜻한다.

벤처가 번창하려면 이 두 가지가 융합해야 한다. 그렇지만 한국에선 이미 벤처사업이 엄청나게 활성화되었는데도 벤처캐피탈은 선진국들에 비해 완전히 밑바닥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벤처캐피탈을 운용하는 전문 벤처투자가인 ‘벤처캐피탈리스트’가 턱없이 모자란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벤처캐피탈에 대해 전문적으로 교육시키는 기관이 거의 없었다. 벤처캐피탈리스트가 없으면 급성장할 수 있는 벤처를 찾아내기 어렵다.

애플컴퓨터로 유명한 스티브잡스가 자기집 차고안에서 퍼스널컴퓨터를 만들어보겠다고 전기용접을 하고 있을 때 마이크라는 한 남자가 찾아왔다. 그는 차고에 어지럽게 놓여있는 인쇄회로기판(PCB)을 보고 난 뒤 스티브잡스에게 일단 9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잡스는 3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해달라고 요구했다. 잡스의 얼굴을 한참 쳐다보던 마이크는 그렇게 투자하겠다고 응답했다.

옆에 있던 스티브잡스의 친구가 마이크에게 “이처럼 형편없는 ‘차고’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할 생각을 했느냐”고 물었다.

인텔에서 잔뼈가 굵은 마이크는 이렇게 대답했다.

“잡스의 열정과 눈빛을 보고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것이야말로 프로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최고의 답변이 아닌가 한다. 보통 벤처 캐피탈리스트들은 그동안의 업무성과를 보고 판단한다. 재무제표에 의존한다는 얘기다.

재무제표에 의해 판단하고 투자를 한다면 그야말로 은행 심사부직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벤처 캐피탈리스트는 달라야 한다. 은행직원이 아니라 벤처사업가의 ‘열정과 눈빛’을 읽어야 한다. 이미 한국의 벤처펀드규모는 12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신규벤처투자의 규모도 1조7000억원에 이를 전망. 이런 상황인데도 벤처투자회사의 캐피탈리스는 겨우 1300명선에 머물고 있다. 더욱이 프로 벤처캐피탈리스트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래서 한국벤처캐피탈협회와 한국벤처투자가 벤처캐피탈리스트를 전문적으로 양성하기로 했다.

양기관은 대졸이상 학력자로서 기업 및 금융기관에서 경력 3년 이상인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전문가를 양성하기로 했다. 특히 바이오, 제약, 의학 관련 출신 경력자를 우대하기로 했다.

전문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되고 싶은 사람은 오는 10월 8일까지 벤처캐피탈협회 홈페이지(

www.kvca.or.kr)통해 접수하면 된다. 벤처캐피탈협회는 이 교육과정에 대해 상세한 정보제공을 위해 10월 1일 14시에 서울 서초동 VR 빌딩에서 ‘벤처캐피탈 신규인력 양성 과정’설명회를 연다.

이 과정에선 벤처캐피탈 대표 및 투자 심사역이 교육 대상자를 선발한다. 벤처캐피탈 대표들이 교육 과정에도 직접 참여, 자연스럽게 인재채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

또 중기청에서도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과 연세대 공과대학원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최근 ‘벤처투자 예비인력 양성 과정’을 개설하기도 했다.

이들 과정을 통해 스티브잡스를 찾아낸 ‘마이크’처럼 ‘열정과 눈빛’을 캐치해내는 유능한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이 많이 배출되길 기대해 본다.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cetuu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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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