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면세점 탈락… 위기의 현대백화점, '공격 경영' 막히나

김보라 기자
입력일 2015-09-10 17:02 수정일 2015-09-11 14:32 발행일 2015-09-11 18면
인쇄아이콘
clip20150910140419

정지선(사진) 현대백화점그룹의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본업인 유통업이 정체 상태를 보이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사업다각화에 나서고 있지만 분위기가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불황과 온라인 쇼핑의 성장으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올 상반기 백화점은 매출은 떨어지고 TV홈쇼핑은 업계 3위 자리마저 위태롭다는 평이다. 

신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 도전한 면세점 사업도 고배를 마셨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 회장은 어떠한 분위기 ‘반전카드’를 꺼내들 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본업 유통업 정체…신사업도 갈길 멀다

그룹인 본업인 현대백화점의 최근 3년간(2012~2014년) 영업이익이 4263억원, 3932억원, 3637억원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3644억원, 3376억원, 2910억원으로 감소했다.

올 상반기 역시 매출 78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623억원으로 5.6% 줄었다. 당기순이익은14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줄었다.

백화점과 함께 그룹의 양대 사업인 홈쇼핑도 올 상반기에 메르스(MERS)와 가짜 백수오 사태로 실적이 곤두박질 쳤다. 현대홈쇼핑은 올 상반기 매출은 53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줄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544억원으로 30.1% 감소했다.

그동안 현대백화점그룹이 신성장 동력 사업으로 인수한 업체들이 녹록치 않다는 평이다. 2011년 인수된 현대리바트는 올 상반기 매출 3347억원, 영업이익 2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 12% 감소했다. 패션기업 한섬도 2012년 인수 후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 ‘공격 경영’ 계속될까?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2008년 취임 이후 그동안의 운둔 이미지를 벗고 공격 행보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정 회장은 몇 년 간 LED 조명회사인 반디라이트(현 현대LED)·패션(한섬)·가구(리바트) 등 굵직굵직한 업체를 인수했다. 올 상반기엔 렌탈·케어사업 진출을 위해 이달 중 현대렌탈케어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는 단순한 유통기업이 아닌 ‘종합유통서비스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규제에도 신규 출점을 통해 시장점유율 확대에도 나섰다. 올 상반기 김포 프리미엄 아웃렛을 오픈하고 올 하반기에 송파점과 동대문점을 열고 내년 4, 5월께 송도점을 개장을 목표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백화점의 경우 충청점 이후 3년 만에 지난달 판교점까지 개장했다.

업계에선 정 회장의 공격 경영이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정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100년 이상 장수한 글로벌 기업들의 생존비결은 미래를 예측해 사업포트폴리오의 변신을 끊임없이 시도한 것”이라며 “지속성장을 위해서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정 회장의 공격경영이 오히려 현대백화점그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불황과 온라인 쇼핑 열풍으로 매장 확장만으로는 유통업체가 성장하기 힘든 시대가 됐다”며 “현대백화점이 앞으로도 유통 뿐만 아니라 다방면으로 신사업을 시도하겠지만 확실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 이상 반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지선 회장이 현재의 정체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하반기에 어떤 카드를 꺼내놓을지 주목된다.

김보라 기자 bora6693@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