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고가매입' 논란… 업계 1위 이마트보다 1조원 비싸

김보라 기자
입력일 2015-09-07 18:07 수정일 2015-09-08 10:31 발행일 2015-09-0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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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홈플러스(연합)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가 국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국내 인수·합병사상 가장 높은 금액에 팔리면서 ‘고가 매입’ 논란이 거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해외 투자자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에 사들였다.

MBK가 홈플러스 지분 100%를 5조8000억원에 인수하고 차입금 1조4000억원을 떠안기로 한 것. 이는 예비입찰 과정에서 테스코 측이 커트라인으로 제시한 6조7000억원보다 5000억원 가량 높은 금액이다.

이는 국내 인수·합병(M&A)사상 최대 규모였던 신한금융지주의 옛 LG카드 인수가격인 6조6765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액수다. 토종 사모펀드가 7조원에 달하는 거대 인수·합병에 성공한 것도 처음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M&A업계에선 매각금액이 지나치게 높게 측정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1위인 이마트의 시가총액이 이날 기준 6조2999억원를 감안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업계 2위인 홈플러스의 인수금액이 7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내 M&A업계의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향후 분할매각 가능성이 높아 경영권 프리미엄도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업계 1위인 이마트의 시가총액보다 1조원이나 더 비싼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테스코가 지난해 국내외 업체에 홈플러스 인수를 타진했을 당시 국내 유력 유통업체가 제시했던 가격은 최대 6조원이었다고 한다. 일년 사이 1조2000억원이나 오른 것이다.

그렇다고 홈플러스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도 아니다. 홈플러스는 전국 140개 점포를 갖췄지만 출점 규제로 성장이 정체된 상태다. 지난해에는 연결 기준 약 8조9300억원의 매출과 3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8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특히 홈플러스는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 서울 영등포점, 수원 영통점 등 알짜 대형 점포 8곳을 총 1조2000억원에 파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해 사모펀드인 MBK가 자산매각을 통해 현금을 마련할 여지도 별로 없다. 이때문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인수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도 받아왔다.

홈플러스가 이처럼 높은 금액에 팔리면서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테스코는 ‘먹튀’ 논란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테스코가 지난 16년간 홈플러스에 투자한 금액은 8113억 원이지만, 회사채 이자와 상표 사용료 등으로 사실상 이미 원금은 회수한 상태다. 실제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의원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2013년 3월부터 2월까지 2년간 로열티로 테스코에 1201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MBK 측은 홈플러스의 시장 선도적 지위와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2년 간 1조원의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대표는 “홈플러스 직원들의 현재 고용 조건과 단체교섭 동의를 존중하며,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며 “MBK는 직원들과 노동조합, 협력사, 고객 등 이해관계자들과 생산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경영진과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보라 기자 bora6693@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