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구의 돈 되는 이야기] 놀라운 매출증가를 보인 벤처기업들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입력일 2015-09-01 15:46 수정일 2015-09-14 13:33 발행일 2015-08-3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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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급 벤처기업들 쑥쑥

누구든 ‘벤처’라고 하면 먼저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연상한다. 왜냐하면 이곳에선 위험성이 높은 만큼, 스타트업에 성공할 경우 엄청난 매출증대가 이뤄지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한국의 ‘벤처’는 무늬만 벤처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하지만 지난 한해 한국의 벤처기업의 매출증가를 살펴보니 결코 무늬만 벤처인 게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중견벤처 가운데서도 1년간 600%이상의 매출증대를 보인 업체들이 생겨났기 때문.

중소기업청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한해 벤처기업가운데 최고의 매출증가율을 보인 기업은 한국실리콘(대표 윤순광)이다.

지난 2009년 10월초 필자는 이 회사가 여수에 세계최고수준의 태양광 소재를 개발, 생산하겠다고 하던 때 건설중인 여수공장을 취재한 적이 있다. 그때 이 회사가 개발한 폴리실리콘은 순도 ‘나인일레븐(99.999999999%)’ 수준이어서 태양전지 원료로 쓰이지만 반도체 재료로도 쓰여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수요예측보다 더 나은 제품을 내놓는데 주력했다. 이로 인해 이 회사는 태양광소재의 가격하락으로 인해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결국 어음을 막지 못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곤욕을 치러야만 했다. 그럼에도 이 회사는 벤처정신을 잃지 않고 지속적으로 해외시장진출을 추진했다. 품질수준이 확실히 높은 덕분에 태양광소재를 많이 생산하는 중국에서 오히려 수요가 몰려왔다. 228억원 수준이던 매출액이 한해만에 1754억원으로 올라선 것. 연간 매출액 증가율이 668%를 기록, 한국 벤처기업중 최고의 매출증가율을 보였다.

더욱이 한국실리콘은 지난달 중국 장쑤성에서 중국 태양광발전 전문기업그룹과 3500만달러 규모 태양전지용 폴리실리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 이 회사야말로 ‘실리콘밸리식’ 벤처정신을 적극적으로 실천한 기업이 된 셈.

매출액 증가율 2위인 기업은 반도체 장비업체인 에이티테크놀러지. 이 회사는 매출 165억원 수준에서 한해만에 1184억원을 달성, 2위에 올랐다.

매출증가 3위를 기록한 기업은 ‘네시삼십삼분’이다. 게임업체인 이 회사는 미국과 유럽에 ‘블레이드’의 서비스도 시작하는 등 계속 매출이 증가하는 추세. 덕분에 20여명으로 출발한 네시삼십삼분은 사원도 120명으로 늘어났다. 또 동원홈푸드와 컴투스 등도 미국 실리콘밸리가 부럽지 않을 만큼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벤처들은 매출만 늘어나는 게 아니다. 영업이익에 있어서도 실리콘밸리가 부럽지 않은 기업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가 그렇다. 온라인 게임업체인 이 회사는 전세계 회원수가 5억명. 덕분에 게임업체인데도 매출액이 3496억원에 이른다. 더욱 놀라운 건 영업이익률이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3496억원의 74%다.

네오플은 이보다 더하다. 매출 4959억원의 78.1%가 영업이익. 셀트리온, 엔씨소프트 등도 그 뒤를 잇는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자만을 해서는 안된다. 이제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을 제대로 벤치마킹해야 할 때다.

유튜브 트위터 자포스 드롭박스 등 미국에서 성공한 스타트업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이다. 린 스타트업이란 무엇인가?

이는 보통 상품을 내놓을 때 시장조사를 먼저 한 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내놓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린 스타트업은 먼저 ‘시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고 난 뒤 그 반응을 봐서 사업을 시작하는 방식. 따라서 창업초기에 돈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 따라서 우리도 이 방법을 벤치마킹해야 할 때가 왔다.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cetuu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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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