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팔던 패션업계, '분칠'한다

김보라 기자
입력일 2015-08-23 11:10 수정일 2015-08-23 17:12 발행일 2015-08-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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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에스티나, BNX, 시에로 등 패션 브랜드 잇달아 화장품 사업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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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스티나 레드 1호점(사진제공=제이스티나 레드)

‘옷’을 주로 팔던 패션업계가 화장품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K-뷰티 열풍으로 국산 화장품이 큰 인기를 끌면 너도나도 차세대 먹거리로 삼고 적극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로만손의 대표브랜드 제이에스티나는 이달 화장품 브랜드 제이에스티나 레드를 롯데백화점 영플라자에 1호점을 개장했다.

2003년 론칭된 제이에스티나는 여성핸드백·액세서리 등 패션잡화를 취급하다가 올해 화장품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해 단독매장을 열었다.

제이에스티나 레드는 1호점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유통망을 확장하고, 동시에 중국 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패션·뷰티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여성복 브랜드 BNX을 전개하는 패션업체 아비스타는 화장품 OEM(주문자 상표부착 생산)업체 코스맥스와 손잡고 중국 화장품 시장에 진출을 선언했다.

아비스타는 중국에서 패션사업을 통해 확보한 100여개의 유통망과 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화장품 사업을 진행하고, 코스맥스는 연구개발, 상품 제조 등을 담당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코스맥스가 이미 화장품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질적, 마케팅적으로 매우 뛰어난 제품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며 “중국 화장품시장은 누구나 인정하는 것처럼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패션상품과 화장품의 결합은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조합으로 불린다”고 말했다.

이밖에 컨템포러리 캐주얼 시에로를 전개 중인 제이엔지코리아는 최근 ‘시에로 코스메틱’을 선보였다. 아이올리의 랩도 올 초 화장품 브랜드 ‘랩코스’를 론칭, 백화점에서 숍인숍 개념으로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의 관계자들은 “장기화된 경기불황으로 제일 먼저 타격을 받은 패션업체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진입장벽이 낮은 화장품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며 “더욱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패션과 함께 화장품까지 확장하면서 사업 시너지를 노리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화장품사업에 대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업계 안팎에선 내수 부진으로 신사업 찾기에 목마른 기업들이 잇달아 화장품사업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오히려 ‘레드오션’으로 변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차별화된 제품과 브랜드 없이 패션업체들이 마구잡이로 화장품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화장품 제조와 판매를 하겠다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등록한 업체만 8000여개에 달하고 연말까지 9000개를 돌파할 전망이다.

화장품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소수 전문기업이 이끌어오던 화장품 시장에 업체들이 난립하며 시장 질서를 혼탁하게 만들 수 있다”며 “차별화된 경쟁력이 없는 ‘묻지마’ 시장 진출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보라 기자 bora6693@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