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구의 돈 되는 이야기] 세계 최고의 갑부가 된 구멍가게 아저씨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입력일 2015-08-17 18:14 수정일 2015-08-18 16:40 발행일 2015-08-1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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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장사를 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세계최고의 갑부가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확실히 해줄 수 있는 사람은 독일사람 칼 알브레히트이다. 그는 독일 에센에서 구멍가게로 시작해 지금까지 슈퍼마켓만 운영해왔다. 그럼에도 그는 포브스가 평가하는 세계 10대 부자에 올랐다. 그렇지만 칼 아브레히트는 평생 인터뷰를 한 일이 단 한 번도 없고, 인물사진조차 찍지 않았다. 필자도 독일에 갈 때마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에 근무하는 친구를 통해 인터뷰를 여러 번 신청해봤지만 응답조차 없었다.

그럼에도 약 3년에 걸쳐 그를 취재했다. 그의 회사 임직원들도 언론에 인터뷰를 하면 파면되기 때문에 취재할 방법이 없었는데, 그의 회사에 근무하던 임원 한 사람을 만나면서 해답을 찾아냈다. 칼 알브레히트가 운영해온 슈퍼마켓의 이름은 알디(ALDI)다.

칼 알브레히트는 독일 에센에서 태어났다. 에센은 당시 탄광지대였다. 그의 아버지는 광부였고, 어머니는 광부들을 대상으로 9평정도 되는 작은 구멍가게를 했다. 2차대전이 끝나자 군대에서 돌아온 그와 그의 동생 테오는 어머니가 운영하는 구멍가게를 직접 운영하기로 했다.

뒤셀도르프에 출장 갔을 때 필자는 그가 처음으로 운영하던 구멍가게를 찾아보기 위해 에센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먼저 칼 알브레히트의 아버지가 근무하던 졸페라인탄광을 찾았다. 다행히 졸페라인탄광은 지금도 석탄을 캐내던 거대한 철재설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더욱이 에센시는 이 탄광을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만들어 당시의 생생한 정보와 사진을 전시해놓았다.

탄광을 나와 약 800미터 떨어진 그가 처음 구멍가게를 시작한 쇼네벡거리로 갔다. 빨간 기와지붕의 평범한 4층 건물아래엔 아직도 그 구멍가게가 남아있었다. 칼 알브레히트는 이 가게에서 처음 식품점을 운영하면서 아버지가 근무하던 졸페라인탄광의 광부들이 활용하던 기법을 썼다. 가게 지하에 땅굴을 파고 그곳에 우유 소시지 잼 등을 보관했다. 덕분에 두 형제는 신선한 식료품과 밑반찬을 광부들에게 공급할 수 있었다. 특히 독일에선 전혀 없는 판매방식인 ‘배달’도 해주었다. 이때 두 형제가 서로 약속한 건 딱 한가지였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제품을 제일 값싼 가격에 팔자”

지난 70년간 ALDI가 단 한 번도 바꾸지 않은 철칙이 바로 이것.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실천하는 것이 알디의 법칙.

처음 ALDI 매장을 가본 사람들은 엄청나게 충격을 받게 된다. ‘이건 뭐 슈퍼마켓이 아니라 창고가 아닌가’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왜냐하면 ALDI는 와인도 박스 채로 진열하는 등 대부분의 일상용품들을 박스 윗부분만 뜯어서 쌓아 놨다. 독일 오스트리아 영국 등에 있는 약 30여개의 ALDI매장을 찾아봤는데 개인적으로 이곳에서 가장 매력적인 상품이 와인이다. 5유로 정도면 1리터짜리 화이트와인을 살 수 있는데, 그 맛이 정말 최고다. ‘최고 품질, 최저 제품’을 지키면 누구나 돈을 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이걸 70년 이상 철저히 지켜온 기업은 ALDI뿐.

ALDI는 이를 지키기 위해 오직 “절약,절약,절약”을 실천한다. ALDI에선 옷걸이는 사치다. 운동화도 커다란 박스에 아무렇게나 쌓여있다. 이 업체는 지금은 삼성갤럭시폰 등 각종 전자통신제품을 비롯 여행상품까지 판다. 뭘 팔든 이 회사의 실천법칙은 ‘제일 좋은 제품을 제일 값싼 가격에 파는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이 법칙이야말로 갑부가 되게 하는 최고의 원칙이다.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cetuu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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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