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위안화 이틀 연속 평가절하 '쇼크'… 환율전쟁 본격화될까

유병철 기자
입력일 2015-08-12 17:45 수정일 2015-08-12 18:45 발행일 2015-08-1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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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에 이어 위안화 1.6% 절하…2012년 10월 이후 최저
中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 2000년 이후 가장 낮아
중국 위안화 이틀 연속 평가절하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1일 위안화 가치를 1.86% 인하한 데 이어 12일에도 1.62% 추가로 내렸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90.8원으로 마감해 전일 종가보다 11.7원 올랐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11년 10월 4일(1194.0) 이후 3년 10개월 만에 최고치이다. (연합)

중국이 아시아 금융시장에 이틀 연속 핵폭탄을 던졌다. 전일 일일 기준 사상 최대폭으로 위안화를 조정한데 이어 12일 또 다시 전일에 버금가게 환율을 조정했다. 연속된 위안화 절하로 세계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치고 그 배경과 향후 전망 파악에 분주하다. 우리나라 당국도 위안화 절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 파악에 나서고 있다.

12일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전일 대비 1.6% 상승한 6.3306위안으로 고시했다. 전날 위안화 기준 환율을 전일보다 약 1.86% 높인데 이어 2일 연속 위안화가치를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위안화가치는 지난 2012년 10월 이후 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전날 인민은행은 위안화 절하는 일회성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단 하루만에 카드를 다시 뒤집어버렸다.

이틀 연속 위안화의 가치를 떨어트리자 글로벌 금융시장과 원자재시장은 공황상태에 돌입했다. 이날 한국 원화, 일본 엔화, 싱가포르달러, 호주달러, 뉴질랜드달러 등 주변 아시아 통화는 인민은행 발표 직후 급락세를 보였다. 아시아 주요증시 역시 위안화 추가 절하 조치로 낙폭이 급격히 확대됐다.

서울외환시장에서도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대비 11.70원(0.99%) 오른 1190.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지수는 장중 1950선이 무너졌고, 코스닥지수는 장 한때 692.54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위안화 절하는 최근 무역지표 부진에 따른 중국 경기침체 우려와 위안화 강세에 따른 수출 기업의 채산성 악화를 막기 위해 중국 당국이 적극 개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틀 연속 시장 개입에 나서면서 중국 당국이 ‘일회성’이라고 표현한 것과 달리 위안화 평가절하를 통한 경기 부양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위안화 절하가 일회성이 아닌 장기 추세로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중국 경기가 심각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틀 연속 위안화 절하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중국 경기둔화가 더욱 심각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은 중국의 7월 산업생산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6.6% 증가)와 전월(6.8% 증가)을 밑돈 수치다. 소매판매도 10.5% 늘어나 시장 전망치 10.6% 증가에 소폭 못 미쳤다.

올 들어 7월까지 고정자산 투자(도시지역)는 작년보다 11.2% 상승해 시장 예상치(11.5% 상승)에 미치지 못했다.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은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가 지속적으로 평가절하될 이유는 없다”며 “수급 동향을 한층 민감하게 반영하는 방향으로 기준치를 변경했을 뿐이며, 위안화가치 조정으로 인한 변동성은 일시적일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또한 이날 성명서를 내고 중국 인민은행의 잇단 위안화 평가절하는 환율 결정 과정에서 시장을 반영한 조치라며 환영의 뜻을 보였다.

유병철 기자 ybsteel@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