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금융규제 완화 ‘역행’… 보험업계 ‘발끈’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5-07-28 15:30 수정일 2015-07-28 18:44 발행일 2015-07-2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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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보험사 내 소송관리위원회 운영 의무화 추진
업계, "소송여부 절차 밟는 것 보험사기 방지에 악영향"
금융당국이 규제완화 기조에 역행하는 흐름을 보여 보험업계가 뿔 났다. 다음 달부터 모든 생명·손해보험사에 시행되는 내부통제 강화로 금융규제 역시 두터워졌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8월부터 보험사들의 소송남발을 막기 위해 보험사 내부에 ‘소송관리위원회’를 운영하고, 소송유형과 금액에 따라 담당임원 또는 최고경영자(CEO)에게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등의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키로 했다.

기존에도 대형보험사 위주로 소송관리위원회가 운영돼 왔으나 당국의 새 ‘지침’은 학계 및 소비자보호 전문가 등 법무, 준법, 소비자보호 등 유관부서가 참여한다는 점과 소송여부 결정권자가 상향된 점이 달라졌다.

이를 놓고 보험업계는 금융당국이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놓고서 반대로 규제를 강화하는 처사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보험사 소송현황이 공시되고 있고 민원 등급 평가에도 반영되고 있기 때문에 보험사 스스로 터무니없는 소송을 진행하지 않는다”며 “보험사 입장에서 반드시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에도 천편일률적으로 소송관리위원회를 통해 까다롭게 소송여부 절차를 밟는 것은 시간 낭비이자 보험사기 방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해 말 기준 보험회사의 소송건수는 총 5073건으로 보험금 청구건 대비 소송제기비율은 0.013%다.

업계는 또 소송관리위원회 참여자의 보험 전문성 결여를 우려하고 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한 보험사 상품만 해도 수백 가지가 넘는데 소송관리위원회의 외부 참여자들이 모든 상품 및 약관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도를 갖고 소송여부를 판단하는 불가능에 가깝다”며 “CEO가 소송 건에 대해 일일이 검토하고 법률적으로 따지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어 “자살보험금 사례만 봐도 첨예한 입장차로 소송시 법원의 판단 엇갈리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이런 사례를 소송관리위원회가 일일이 따져보는 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고 합리적일지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보험회사의 정당한 소송제기까지 제한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송 심의 과정을 강화할 경우 보험사들의 일부 부당한 소송 제기시 보험업법에 따른 과태료 제재로 인한 보험사의 법률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