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재벌총수도 "국내 휴가" 외치지만… 해외로! 해외로!

김보라 기자
입력일 2015-07-22 18:01 수정일 2015-07-22 18:07 발행일 2015-07-2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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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불황과 메르스 사태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내수시장을 살리기 위해 정부와 기업들이 발벗고 나서 ‘국내에서 휴가 보내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지만, 정작 해외 여행객 수는 오히려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관들과 기업 총수들, 심지어는 한국은행 총재까지 연일 국내 휴가를 권장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들은 숙박비 지원에서 부터 재래시장 상품권 공급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이런 노력을 무색케 할 정도로 해외 휴가객들로 공항이 넘쳐나고 있다.

22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전국 9100가구를 대상으로 ‘하계 휴가철 특별교통대책기간’(7월24일~8월9일) 휴가철 교통수요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년보다 해외여행을 가는 비율이 7.7%에서 8.6%로 늘어났다.

특별대책기간 가운데 해외여행 출국자는 하루 평균 8만7000명, 모두 148만 1000명을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국내로 휴가를 가는 비율은 전년 보다 0.9% 감소한 91.4%였다.

실제로 메르스의 여파로 해외여행 예약률이 다소 주춤했다가 최근들어 다시 가파르게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에 따르면 지난 6월 이들을 통해 해외여행을 떠난 관광객은 총 25만3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만3700명에 비해 18.4% 늘어났다.

본격적인 휴가철 7~8월도 상황은 비슷하다. 하나투어는 22일 기준 이달 해외여행 예약률은 전년 동기 대비 15% 늘었다. 월말까지 비교하면 20%까지 늘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보고 있다. 8월도 23% 증가했다. 모두투어 역시 21일 기준 7월, 8월의 해외여행 예약률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 21% 늘었다.

인터파크투어는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출발하는 해외 항공권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37% 증가했다. 오픈마켓 G마켓도 이달 1일부터 21일까지 항공권 판매의 비율이 전년 동기 대비 30% 늘었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저가 항공사 활성화로 항공 가격의 인하와 TV해외여행 프로그램 인기 등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며 “여름 휴가와 방학 시즌이 맞물려 여행수요가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휴가 권장은 몇 년 전부터 거론돼 왔지만, 일 년의 한번인 휴가를 국내외 관광 가격 차가 크지 않고 이왕이면 해외로 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이들의 발걸음을 돌릴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시민은 “휴가를 해외로 가든, 국내에서 즐기든 개인의 자유지만, 추락하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내수 회복이 시급한 만큼 한번 쯤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bora6693@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