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20년짜리 비갱신형보험 만들어라” vs 보험사 “위험부담 크다”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5-07-15 16:15 수정일 2015-07-15 16:17 발행일 2015-07-1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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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갱신형보험 갱신주기 보험료 인상에 민원 발생"
보험사, "보험료 올리는 것, 소비자 선택권 침해하는 셈"
브릿지경제 이나리 기자 = 금융감독원이 갱신형보험의 초기 보험료를 현재보다 2~4배 정도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초 가입일로부터 20년 동안 보험료를 평준화해 사실상 비갱신형보험으로 판매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리스크가 커진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은 보험사들에게 20년짜리 비갱신형 상품을 만들라고 지시를 내린 상태다. 갱신형보험은 3년·5년·10년 등 갱신주기에 따라 보험료가 오르는 구조인데 갱신 때마다 보험료가 크게 올라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아예 처음부터 보험료를 평준화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위험부담이 커지고, 영업에 불리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갱신형보험은 초기보험료가 저렴하다는 것이 장점이고, 이런 상품을 원하는 고객들도 존재하는데 보험료를 올려버리면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셈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영업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 보험사들의 설명이다.

또 예측이 불가능한 여러 가지 요인으로 위험률이 변동될 수도 있는데 20년 동안 보험료에 이를 반영하지 못하게 되면 보험회사의 위험부담 증가가 불가피해진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갱신보험료를 산정할 때는 나이와 위험률이 반영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장 내년 물가나 경기상황, 의료기술 발전 등의 요인으로 위험률이 바뀔 수 있다”며 “이 같은 사항을 장기간에 걸쳐 보험료에 적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보험의 기본원칙인 대수의 법칙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보험사들이 적립보험료를 지금보다 많이 쌓아놓으면 위험률이 높아진 손실을 대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가 적립보험료를 지금보다 더 많이 적립해 놓으면 이익은 덜 가져가더라도 보험가입자의 보험료 인상 폭과 누적손해율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보험사의 반발이 심한 상태지만 갱신형보험 초기보험료 인상의 적용 범위와 위험률 누적손실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 업계와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