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스튜어디스 접고 여행작가 변신한 신혜은 "우주여행이 꿈"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5-07-06 07:00 수정일 2015-07-06 07:00 발행일 2015-07-0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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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잊은 사람들] 여행작가 신혜은

브릿지경제 이나리 기자 = 누구에게나 꿈은 있다. 그러나 그 꿈을 일과 접목시키는 건 쉽지 않다. 수많은 노력,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 꿈과 직업을 결합해 과감하게 도전하는 가녀리지만 당찬 여자가 있다.

듣기만 해도 설레는 ‘여행’을 하며 전세계 곳곳을 누비는 신혜은(36) 여행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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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은 여행작가.

◇ 여행이 좋아 시작한 중동의 항공승무원 생활 ‘7년’

여행을 좋아했지만 대학시절 경제적, 시간적 상황 등으로 ‘베낭여행’을 한번도 못 가본 그녀.

그러나 이대로 대학을 졸업하고 일반회사에 들어가면 여행과는 영영 멀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 그녀는 여행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을 고민하다 ‘스튜어디스’가 되기로 결심한다. 

졸업 후 낯선 땅인 두바이로 넘어가 아랍에미리트항공사 승무원으로 취직한 그녀는 6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59개국가 121개 도시, 8257시간의 비행을 하게 됐다. ◇ 7년간의 여행기록을 남기고 싶어 시작한 작가

승무원 생활을 한 지 6년이 지나면서 원하는 대로 다양한 나라를 여행한 그녀는 더 이상 지체하면 다른 일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일을 그만두고 2012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녀는 7년 동안 비행을 하면서 느꼈던 다양한 기억과 경험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 마침 교보문고에서 칼럼작가를 모집하고 있어 그동안의 비행과 여행경험을 정리한다는 생각으로 신청을 하게 됐고, 이를 계기로 책을 쓰는 작가로 전업을 하게 됐다.

그녀는 “막상 작가가 되고 나니 어릴 적 친했던 친구들이 ‘너 중학교 때 책 쓰고 싶다고 말했었어’라며 내 스스로도 몰랐던 이야기를 들려줬다”며 “지금생각해보면 어릴 때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이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 진실의 입에서 진심이 통하다…물건은 잃었지만 사람을 얻었다

많은 나라 많은 곳은 여행하다보면 특별한 인연이 생기도 한다. 신혜은 작가 역시 마찬가지다.

이탈리아 로마에 가면 ‘진실의 입’이 있다. 로마를 찾는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방문하는 관광지 중 한곳이다. 신 작가도 지난해 부모님과 함께 로마여행을 떠나 ‘진실의 입’을 보러 갔다.

진실의 입을 잠시 보러 다녀온 사이 차량 안에 뒀던 물건을 모두 도둑 맞았다. 오랜 여행을 하면서 물건을 잊어버린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신 작가는 “승무원 생활을 하는 7년 동안 여러 곳을 다니면서도 물건 한번을 잃어버린 적이 없었는데 부모님과 함께 간 로마에서 잠시 차에 실어둔 여권과 지갑, 트렁크, 아이패드 등 몸만 빼고 다 도둑 맞았다”며 “다행히 주변에 있던 현지 아주머니가 경찰서 신고와 뒤처리 등을 도와줘 여행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아찔한 상황을 회상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경험해 봄직한 일이다. 그러나 신 작가는 여기서 여행의 참맛, 사람을 느꼈다.

그녀는 “도둑 맞아 망연자실한 나를 보고 아주머니가 다가와 경찰서까지 안내해주고, 여행에 보태라며 100유로를 선뜻 줬다”며 “그분이 본인이 훔친 것도 아닌데 로마시민으로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따뜻하게 위로해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고 감명 받은 일화를 소개했다.

◇ 여행은 본인의 취향을 찾아가는 거예요

2014년 ‘낯선 바람을 따라 떠나다’라는 책을 세상에 내놓은 그녀는 현재 다양한 곳에서 칼럼도 쓰고 라디오를 통해 그녀가 경험한 여행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런 그녀가 여행작가로서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질문은 ‘여행지 중 가장 좋았던 곳’과 ‘여행지 추천 및 팁 소개’다. 100명의 사람이 여행을 간다면 100가지 방법이 존재하는데 이를 일반화하고 다른 사람을 자신의 방법에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 작가는 “여행을 할 때 편안한 휴식을 원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익스트림 레포츠를 원하는 사람도 있듯이 각자 좋아하는 취향이 있다”며 “여행을 많이 가보지 않으면 잘 모를 수 있지만 여행이라는 건 경험을 통해 자기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스스로를 알아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신 작가는 유명한 여행지에 있는 박물관에 가기위해 긴 줄을 기다리는 대신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 경치를 둘러보고 편히 쉬는 것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신 작가 기준에 제일 기억이 남는 여행지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신 작가는 “국가 상황상 위험해서 돌아다니지 못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여행지마다 특색과 느낌이 달라 하나를 꼽을 수 없이 다 좋다”며 “굳이 꼽으라면 지중해에 있는 나라들이 좋고, 특히 이탈리아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남들이 추천하는 맛집도 잘 가지 않는 편이다. 그녀는 “블로그에 올린 사진을 보고 똑같이 따라가서 먹는 것보다는 우연히 방문한 곳이 맛집인 경우도 있다. 나만의 맛집을 만들어 가는 게 더 좋다”며 “남들이 추천하고 좋다고 해서 따라했지만 정작 본인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물었던 꿈에 대한 질문에 그녀는 ‘우주여행’이라고 답했다.

그녀는 “지구 곳곳을 돌아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고, 현재 이뤄가고 있지만 나중에는 우주여행을 해보는 것이 꿈이다”고 당차게 밝혔다.

꿈꾸던 일을 위해 직업을 구하고, 또 새로운 꿈을 위해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는 일은 솔직히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어쩌면 젊음의 특권일지도 모른다. 신 작가의 신체적 나이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꿈을 찾아가는 행동은 신체적 나이보다 더욱 젊어보인다.

글·사진=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

나이를 잊은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