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산층 “은퇴 희망자금 실제 연소득과 50배 차이 나”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5-06-25 14:18 수정일 2015-06-25 17:13 발행일 2015-06-2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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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만족도 상대적으로 낮고 재정적 불안감은 높고
사적연금

브릿지경제 이나리 기자 = 국내 중산층이 은퇴시 희망하는 생활자금은 42억원으로 중산층 평균 연소득의 5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신이 재정적으로 안정권에 들어왔다고 생각하는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AIA생명은 AIA그룹이 지난 2월 26일부터 3월 18일까지 한국, 중국, 홍콩, 대만에서 스스로를 중산층이라 생각하는 2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한국은 77%가 편안한 노후생활을 보내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모으지 못할 것이라고 염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25%), 홍콩(49%), 대만(51%)과 확연히 대비되는 수치다.

이와 같은 한국 중산층의 걱정은 재정적으로 풍요로운 은퇴를 위한 기준조건과 현실 사이에서의 괴리감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설문에 참여한 한국 중산층의 ‘은퇴를 고려할 수 있는 재정적 희망 금액(이 정도 금액이 있으면 당장 은퇴 할 수 있다)은 약 42억원으로, 설문에 응한 응답자의 월평균 가계소득이 710만원임을 감안할 때 연소득의 50배에 달한다.

또한 ‘총자산 규모가 이 정도면 재정적으로 안정됐다’고 생각하는 기준은 평균 26억5000만원, ‘총 자산이 이 정도면 부유하다’고 여기는 평균은 23억2000만원인 것으로 드러나 안정적인 삶과 부유한 삶이 동일시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한국의 자칭 중산층이 보유한 유동자산, 장기자산 및 고정자산 규모(부동산 제외)는 평균 3억300만원에 머무르고 있고, 은퇴를 위한 월 평균 저축 및 투자 금액이 65만 3000원밖에 이르지 않아 조사대상 4개국 중 은퇴대비 저축금액이 가장 적었다.

한국의 중산층은 삶의 가장 중요한 목표(복수응답)에 대해 65%가 건강을 꼽았고 그 다음으로는 편안한 노후생활(50%)과 행복한 결혼생활(40%)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삶의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게 만드는 요인으로는 역시 자금 부족(54%)이 손꼽혔으며, ‘너무 바쁘거나 시간이 부족’해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는 선택도 36%에 이르렀다.

한국 중산층은 대체적으로 삶에 만족하고 있지만 동북아시아지역의 다른 조사 대상에 비해 만족도가 낮았다. 삶에 만족하는 한국 중산층은 72%로, 동북아시아 조사 대상 평균인 79%에 비해 낮은 수치였다. 중국 본토는 85%, 대만은 79%, 홍콩은 75%를 기록했다. ‘자신이 성공했다고 생각하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서도 한국 조사 대상은 38%가 ‘그렇다’고 대답해, 중국 중산층에 비해 12~13% 정도 낮았다.

성공에 대한 평가와 삶의 만족도는 보유 자산 수준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소 2억원(18만5000달러) 이상 유동자산을 보유한 한국 중산층 응답자 중 50%는 자신의 삶이 성공적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2억원 이하의 유동 자산 보유 한국 중산층 중 33%만이 자신의 삶이 성공적이라고 답했다.

특히 한국 중산층은 동북아시아 조사 대상 국가 중 재정적 안정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높았다.

한국 중산층의 55%만이 자신이 재정적으로 안정돼 있다고 답해 중국(76%), 홍콩(70%), 대만(67%)에 비해 낮았다. 한국 중산층의 절반은 재정적 안정은 인생에 있어 ‘끝없는 과제’이며, 평생 보장될 수 없다고 응답했다.

또 재정적 안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운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중산층 42%는 재정적 안정 확보를 위해 ‘운이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답했으며, 절반에 가까운 47%도 ‘운이 일부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마크 스탠리AIA 생명 마케팅 총괄 부대표는 “한국 중산층이 바라는 이상적 노후 목표자금은 다른 동북아시아 지역 사람들이 생각하는 금액을 훨씬 뛰어넘는 반면, 은퇴를 위한 월 평균 실제 저축액은 적게는 22만원에서 많아야 90만원으로 비교적 낮은 것이 사실”이라며 “전략적으로 은퇴 후의 삶을 위한 저축과 투자액을 늘림으로써, 현실과 희망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