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환경책임보험 의무화, '점진적 오염' 놓고 환경부-보험 갈등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5-06-25 06:59 수정일 2015-06-25 06:59 발행일 2015-06-2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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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환경오염 정의 범위 당연히 포함돼야
보험계, 보험 가입 전 피해까지 보상 무리
브릿지경제 이나리 기자 = 환경오염 배상책임보험 의무화를 앞두고 환경부와 보험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환경부는 점진적 오염을 환경책임보험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보험계는 이를 반대하고 있어서다. 둘 사이의 팽팽한 의견차로 ‘점진적 오염’ 포함 여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이 국회 본회를 통과해 내년 7월 1일부터 ‘환경오염 배상책임보험’ 가입이 의무 시행된다.

환경오염 배상책임보험은 환경오염으로 피해를 입은 제3자의 손해와 환경오염을 제거하기 위해 부담하는 비용을 말한다.

현재 환경부는 법률에서 정한 환경오염의 모든 부문이 환경오염 배상책임보험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환경오염 성격은 지난해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일어난 기름유출 사고처럼 ‘급격하고 우연하게 발생한 오염’과 조금씩 천천히 오염물이 쌓여 피해를 일으키는 ‘점진적 오염’으로 나뉜다.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 제2조 1항에 따르면 환경오염피해란 시설의 설치·운영으로 인해 발생되는 대기오염, 수질오염, 토양오염, 해양오염, 소음·진동,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원인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정신적 피해를 포함) 및 재산에 발생된 피해로 정의하고 있다. 즉 점진적 오염으로 인한 생명·신체·재산 피해도 포함한다는 의미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오염 법률 안에 어떤 종류의 피해든 환경오염으로 보고 있으므로 점진적 오염을 구분 짓는 것은 법의 취지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점진적 오염을 담보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한다. 보험의 기본원칙이 보험을 가입한 기간 안에 발생한 피해에 대해 보상하는 것인데 점진적 오염은 이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어 보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만약 환경오염 배상책임보험 가입 전부터 관련 기업이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있었는데 보험 가입 후 점진적 오염으로 파악된다면 보험사는 보험가입 전부터 일어난 사고에 대한 부분도 보상해야 하는 꼴”이라며 “이를 교묘히 이용한 모럴헤저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보험사가 점진적 오염에 대한 보상을 해본 경험이 전무해 손해율 및 위험율 측정이 어려운 점도 문제로 꼽힌다.

그러나 환경부는 보험사의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국가 재보험을 도입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하고 있어 보험사에게 무한대로 책임을 묻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어 점진적 오염의 보장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