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뉴욕타임스, 메르스 전파에 삼성서울병원 오진 비판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5-06-21 16:06 수정일 2015-06-21 16:12 발행일 2015-06-2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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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요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들의 절반정도가 한국 최고 병원으로 알려진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브릿지경제 김효진 기자 = 한국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통제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슈퍼전파자’인 14번 환자에 대한 삼성서울병원의 오진을 비판하고 나섰다. 또 신문은 병원을 쇼핑가듯 하는 한국인 특유의 병원 문화도 메르스 위기를 확대시켰다고 강조했다.

NYT는 한국 최고의 병원으로 알려진 삼성서울병원이 35세 남성 환자를 폐렴으로 오진한 것이 한국의 메르스 사태를 가중시킨 주요 원인이 됐다고 최근 보도했다. 신문은 16일까지 한국의 메르스 확진 환자 162명의 절반은 삼성의료원에서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2012년 사우디에서 발발한 메르스가 한국의 위기가 돼버린 배경을 설명하고 나섰다.

NYT는 1번 환자를 통해 감염된 14번 환자가 5월27일 삼성서울병원에 도착했지만 폐렴으로 오인받아 병실이 없던 환자가 응급실에서 사흘 간 대기하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메르스를 전파한 ‘슈퍼전파자’가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80여명 중 절반은 격리 대상 리스트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이들은 지하철을 타고 사우나에 들르는 등 일상 생활을 계속했다. 일부는 메르스 징후가 나온 상태에서 다른 병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삼성 의사 한 명도 지난 주 증세가 나올 때까지 진료를 계속했다. 한 삼성서울병원 직원은 양성 반응이 나오기 전까지 76명의 환자들을 휠체어로 실어 날랐다.

현재 삼성서울병원은 3900명의 의료 인력 중 300여명이 격리됐으며 다른 병원들은 감염 우려로 삼성서울의 환자들을 받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NYT는 대형 병원을 선호하는 한국인들의 정서와 독특한 병원 문화도 진단했다.

한국에서는 부모가 병에 걸릴 경우 모든 연결고리를 찾아서 라도 삼성이나 또 다른 재벌그룹 현대가 운영하는 병원에 병상을 확보하는 게 자식의 도리로 간주되고 있다는 것이다. 병실을 찾지 못하면 부모들은 이들 병원의 응급실에라도 들어가 며칠이라도 기다리곤 한다는 것이다.

평균 1800명의 환자들이 있는 삼성서울병원은 입원을 기다리는 긴 대기줄이 있으며 매일 8500명의 외래환자들이 다녀간다.

권준욱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한국의 보편적인 의료 서비스 체계와 관련 “환자들이 쇼핑하듯 병원에 간다”고 밝혔다. 권덕철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은 “가장 뼈아픈 것은 삼성서울병원의 14번 환자를 막지 못한 것”이라며 “간병인과 보호자들이 통제되지 않는 병원 문화를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NYT는 대형 병원들은 가족들과 환자들이 고용해 병원에서 함께 먹고 자는 사설간호사(간병인)들로 더욱 혼잡하다고 전했다. 한국에선 친지와 친구 동료들이 과일 바구니같은 선물을 들고 환자를 병문안하는 것이 사회적 에티켓이라며 기독교인들은 환자의 침상에 둘러앉아 기도를 하고 찬송가를 부른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