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렉시트 우려에 그리스 '뱅크런' 가속화...그리스 정부 채권단에 타협할까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5-06-21 15:09 수정일 2015-06-21 15:10 발행일 2015-06-2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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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CE ECONOMY PROTEST <YONHAP NO-0692> (EPA)
수천명에 이르는 그리스 시민들이 아테네 도심 중앙에 위치한 의회 건물 주변에서 지난 18일(현지시각) 그리스 정부에게 ‘유로존 잔류’를 요구하며 채권단에 협상할 것을 주장하는 시위에 참여했다. (AFP=연합)

브릿지경제 김효진 기자 = “당장 다음 주 월요일부터 은행이 문을 닫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스 은행에서 예금이탈이 가속화되자 유럽중앙은행(ECB) 고위 관료들 사이에서 제기되는 관측이다.

영국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은 21일(현지시간)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이 벌이는 부채 협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커지자 불안해진 예금주들이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는 뱅크런(대량예금인출)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19일 하루 동안 그리스 은행에서 15억 유로(약 1조9000억원)의 예금이 빠져나갔다. 이번 주 예금 인출액은 50억 유로(약 6조3000억원)에 달했다.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정권을 잡은 올해 1월 이후 최대 규모의 인출액이다.

현재 그리스에서는 불안감에 휩싸인 시민들이 구제금융 합의를 촉구하는 시위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보유한 현금은 거의 바닥을 보이고 있다. 그리스는 유럽연합(EU)과 ECB,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 구성된 채권단과 지난 5개월 동안 구제금융 협상을 벌여왔지만 타결을 보지 못한 상태다.

구제금융 협상 실패에 따른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에 대한 우려감은 이번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그리스 은행들은 다음 주가 되면 예금 인출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21일 중 내각 전체회의를 긴급 소집해 22일 열리는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와 정상회담에서의 전략을 구상할 예정이다. 핵심 의제는 역시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피하기 위해 채권단 요구를 받아 들이느냐, 선거 공약을 지키기 위해 디폴트 위험을 감수하느냐는 점이다.

유럽 정상들은 그리스가 채권단을 설득할 수 있는 동의안을 내놓지 못하면 합의 도출에 실패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일명 ‘최후의 수단’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이번 22일 유로존 회의에서 협상에 실패할 경우 ECB는 그리스 은행을 상대로 은행 유동성 제공을 억제하는 자본통제를 단행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ECB는 구제금융과 별개인 긴급유동지원(ELA)을 통해 그리스 시중 은행에 자금을 지원해왔다.

자본통제 제제에 들어가면 해외송금 혹은 다른 재무거래와 인출에 제한이 생긴다. 그리스 경제가 깊은 침체기에 진입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발트 노보트니 ECB 정책위원은 독일 일간지 데어슈탠다드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질 경우 원칙적으로 파산에 이르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경제와 정치 분야에서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며 “유로존을 탈퇴하고 드라크마(그리스화폐)제로 회귀하는 것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