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위협하는 자연재해 잇따라… 'ELI 공포' 현실화 될까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5-04-26 16:46 수정일 2015-04-26 17:40 발행일 2015-04-2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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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가히 지옥입니다. 계속되는 산사태에 일어나보니 집이 모두 붕괴됐고 눈앞에서는 시체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고 있어요. 살려주세요. 제발.”

네팔 카트만두의 한 주민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다급하게 호소했다. 하루아침 마을 주민 중 절반 이상이 죽어나가는 것을 목격한 빔 타망(Vim Tamang)에게 더 이상의 평화는 없었다. 친구들이 잿빛으로 변한 모습을 쓸쓸하게 지켜보며 눈물을 떨궈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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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대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1천8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5일(현지시간) 카트만두의 한 사원에서 구조작업에 나선 주민들이 건물 잔해를 들어 올리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AP=연합)

25일(현지시간) 네팔의 카트만두 인근에서는 81년 만에 최악의 참사가 닥쳤다. 규모 7.9의 강진은 도시 곳곳을 순식간에 폐허로 만들었다. 주민들은 집을 잃었고 카트만두 인근 도로는 두 동강이 났다. 시체들이 도시를 나뒹굴고 건물의 담벼락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렸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62m 높이의 빔센(다라하라) 타워건물이 무너지면서 유구한 인류의 역사도 함께 무너져 내렸다.

지구는 단 하나의 사건으로도 끝나버릴 ‘비운의 운명’을 안고 있다. 지구 멸망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을 ‘ELI(Extermination Level Instance)’라고 한다. 화산 폭발, 소행성 충돌, 대지진, 지구온난화 등등. 최근 지구 곳곳에서는 수많은 사고 위험이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인류와 문명은 멸망 쪽으로 한 발짝 성큼 다가서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핵폭탄’ 급으로 일어나는 자연재해들이 그 진앙지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칠레 안데스 산맥에 위치한 칼부코 화산이 43년 만에 분출을 시작했다. 칠레 정부는 경계수위를 높이고 주민 1500명을 인근으로 대피시켰다. 일본 오키나와에서는 최근 6.8강도의 지진이 일기 전에 돌고래가 집단 폐사했다. 대지진의 전조라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오키나와현 미야코(宮古)섬과 야에야마(八重山) 지방 연안에는 연일 쓰나미 경보가 울려 퍼지고 있다. 자칫 규모가 좀 더 커지면 19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최후의 날’을 맞이한 폼페이처럼 하나의 도시가 아니, 그보다 더 크게 국가 전체가 사라지는 사태가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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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칠레 남부 안데스 산맥에 위치한 칼부코 화산이 마지막 화산활동을 한 지 50여 년 만에 분출했다. 칠레 국립재난관리청(ONEMI)은 적색경보를 발령하고 화산 인근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사진은 이날 푸에르토 몬트에서 연기 기둥을 형성한 칼부코 화산을 바라본 모습.(EPA=연합)

“세계 각국에서 지구 온난화에 대비해 액션플랜을 짜지 않으면 2100년 지구는 평균 섭씨 6도까지 올라가게 될 것. 전 세계에서 하루에 비행기 사고로 1만 명이 죽게 되는 상황과 유사한 상황이 도래한다.” 요한 록스트롬 세계적인 리서치기관 ‘어스리그’의 의장은 22세기가 도래하면서 지구온난화로 지구가 멸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2013년 2월 15일. 러시아 우랄산맥 부근의 첼랴빈스크에는 소행성의 파편이 떨어졌다. 건물 4500채가 붕괴되고 1000 여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때는 소행성의 파편이었을 뿐. 최근 유디트 조지 리스(Judit Gyorgyey-Ries) 텍사스대의 천문학자는 ‘2012TC4’라는 이름의 행성이 2017년 10월 쯤 지구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행성과 충돌하면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한 핵무기가 모두 폭발되는 것보다 만 배는 더 강력한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 지금 지구는 ELI로 멸망이 현실화 되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 서있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