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비율 286%… "빚 중독에 빠진 아시아 속 한국"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5-04-22 17:19 수정일 2015-04-22 18:48 발행일 2015-04-2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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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는 빚에 중독됐고 정책결정자들은 쉽게 빌린 돈으로 어렵지 않게 배를 불렸다.”

프레드릭 뉴먼 영국 HSBC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가 빚의 덫에 걸렸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가 발표한 ‘부채와 디레버리징(부채정리)’ 보고서를 인용, 최근 7년 동안 아시아 국가들이 세계 부채의 절반을 차지해왔다고 21일(현지시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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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현재 286%에 달한다고 밝혔다. 81%인 미국보다 3배 이상 높다. 전 세계 20위 안에 든다. 지난해 4분기 가계부채는 전년 동기 대비 7% 가까이 증가했다. 3년 이래 가계부채가 가장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지난 1997년 태국발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은 빚을 내는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고 지나간 뒤에도 한국이 외국으로부터 자본을 끌어들여 빚을 내온 것이 가계부채 급증의 주요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현재 한국 내 주택가격은 조금씩이나마 오르기 시작했으나 소매판매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WSJ은 밝혔다. 금리 인하와 통화가치 하락으로도 수요가 늘지 않자 한국 정부는 가계 자산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부동산 가격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주택대출 상한을 완화시키고 개발업체들을 위해 가격상한도 높였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가계부채비율이 증가했으나 대출을 막는 것은 스스로 발등을 찍는 격”이라며 별다른 해법이 없음을 시사했다.

오히려 가계가 지출을 줄이거나 빚을 갚기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물가수준 하락 뿐 아니라 생산감소·실업 증가 등이 나타나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한국의 소비자물가는 16년 만에 가장 느린 속도로 올랐다.

MGI는 지난해 아시아 전체의 부채 수준은 GDP의 205%라고 발표했다. 2007년 글로벌 금융 위기(144%) 때 보다도 높다. 특히 중국은 지난해 총부채 28조2000억 달러로 GDP의 282%를 기록했다. 2007년에는 7조4000억달러를 기록했었다.

일본 또한 지출을 늘리는 상황이다. 이미 국가 부채는 GDP의 400%까지 쌓였다. GDP 대비 부채비율은 2007년 이후 지난해 2분기까지 6%포인트 더 늘었다. 지난해 2분기 부채는 5조4000억 달러였다.

한편 막대한 부채를 떠안고는 있으나 한국이 올해 3% 이상 경제 성장률을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선진국 가운데 가장 빠른 축에 속한다. 한국은행이 아직 더 금리를 인하할 체력을 비축해 뒀다는 이유에서다.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