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에게 '사람 지위' 부여하는 미국 최초 역사적 판결 나오나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5-04-22 16:10 수정일 2015-04-22 16:12 발행일 2015-04-2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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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여, 그대도 신체의 자유가 있다. 하베아스 코르푸스(habeas corpus)!”

하베아스 코르푸스는 ‘우리는 그대가 신체를 소유할 것을 명한다’라는 뜻의 라틴어다. 통상 신체 구속에 대한 위법성으로부터 신체의 자유권을 제기할 때 사용되는 영미법의 한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인신보호영장’이라고도 한다.

침팬지 사진
미국 역사상 최초로 침팬지에게 ‘사람의 지위와 권한’을 부여하는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AFP)

최근 미국 역사상 최초로 침팬지에게 ‘사람의 지위와 권한’을 부여하는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1일(현지시간) 미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의 연구목적을 위해 가둬진 침팬지 ‘허큘리스’와 ‘리오’가 인신보호영장을 발부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고 보도했다.

뉴욕주대법원의 바바라 제프 판사는 전날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총장 사무엘 스탠리 주니어에게 “불법구금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는 인신보호영장을 헤라클레스와 레오에게 발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라”며 “오는 5월 6일 청문회를 열겠다”고 결정했다.

이번 판결은 플로리다에 본부를 두고 있는 동물 권리 보호단체 ‘논휴먼라이츠프로젝트(NhRP)’가 제기한 소송 때문에 나오게 됐다. 이 단체는 지난해 12월 뉴욕 올버니 인근 글로버스빌에서 우리 안에 갇혀 있는 침팬지 ‘토미’를 대신해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었지만 당시 뉴욕주대법원에 의해 기각됐었다. NhRP의 전무 이사 내털리 프로신은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성과를 ‘열린 문에 우리의 발이 처음으로 들어간 것’이라고 비유적으로 표현하며 “다시 문이 닫힐 일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청문회를 거쳐 인신보호영장이 발부되면 법리·논리상으로 유인원에게 인격을 부여하는 미국 내 첫 번째이자 전 세계에서 두 번째 사례가 된다.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 법원은 인류 역사 상 최초로 20년 동안 동물원에 갇혀 살아온 오랑우탄 ‘샌드라’를 동물원에서 자유롭게 놓아 주라고 판결했다. 당시 법원은 오랑우탄 역시 사람과 유사한 감정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인격체로 인정했다. 다만 이번 판결은 미국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티븐 와이즈 NhRP 협회장는 “이번 성과는 오랫동안 우리가 힘들게 노력해왔던 첫 번째 결실”이라며 “침팬지 외에 인지적인 능력이 있는 다른 동물들에게도 신체의 자유를 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