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대판 실크로드' 닻 올렸다… 파키스탄까지 3000㎞ 논스톱 연결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5-04-21 16:12 수정일 2015-04-21 18:48 발행일 2015-04-2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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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기 위해 ‘현대판 실크로드’ 그림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내부적으로는 국책은행 등에 자금을 투입하고 외부적으로는 ‘중-파키스탄 경제회랑’을 구축하면서 자국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을 연결 지을 수 있는 ‘세계 최대 무역 통로’ 건설에 대한 거대한 야심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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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왼쪽)이 20일(현지시간)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신화=연합)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20일(현지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파키스탄을 방문해 양국을 잇는 460억 달러(50조원) 규모의 경제회랑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회랑은 파키스탄 호르무즈 해협에 근접한 과다르항에서 중국 신장자치구 카스(喀什)까지 3000㎞를 연결하는 통로로 철도, 도로, 에너지 수송로 등으로 이용될 전망이다.

현재 중국은 내부적으로도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중국 정부가 일대일로 구축에 필요한 자금지원을 위해 2개 국책은행에 620억 달러(약 67조 원)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을 통해 국가개발은행(CDB)에 320억 달러, 수출입은행에 300억 달러를 각각 신탁대출 형태로 할당할 예정이다.

이번 협상의 주된 목적은 일대일로의 중심축을 파키스탄으로 설정하고 향후 다른 나라로의 무역을 확대 발전시키기 위함이다. 중국 현지에서 공산품 생산과잉을 일대일로 주변국가들에 분산시켜 수요를 창출하는 등 현재의 경기 둔화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로 분석된다. 장기적으로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미국을 압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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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파키스탄을 적극적으로 끌어안기 시작한 또 다른 이유는 주변국가와의 외교적 관계를 조율하기 위해서다. 미 WSJ은 연일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철수 논의가 나오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시짱 자치구 등 북서부의 불안정한 정치·경제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번 협상을 진행했을 거라고 보도했다. 또 오랫동안 중국의 앙숙 관계였던 인도를 견제할 수 있을 거라고도 분석했다.

이날 중국과 파키스탄 사이에 체결된 양해각서(MOU)에는 경제 회랑에 대한 합의 외에도 과다르 항구 개발, 과다르 국제공항 개발, 중국 시짱 자치구와 파키스탄을 잇는 카라코람 고속도로 개선, 발전소 건설 등 대규모 사업에 중국이 양허 차관(시중의 일반자금 융자와 비교하여 차입국에 유리한 조건으로 제공하는 차관)을 지원하는 계획이 포함됐다.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이번 경제회랑으로 중국은 남·서·중앙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까지 훨씬 짧고 값싸게 이용할 수 있는 무역·투자 경로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이번 시 주석의 행보를 ‘중국의 운명을 바꿔 놓은 회동’이라고 평가하면서 이번 성과는 미국이 지난 10여 년 동안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위해 쏟았던 수백 억 달러와 효용적인 면에서 크게 대비된다고 꼬집었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