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AIIB 가입… 해외개발사업 참여 '청신호'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5-04-12 17:01 수정일 2015-04-12 18:12 발행일 2015-04-1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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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립회원국으로 확정되면서 AIIB가 앞으로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일본 주도의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AIIB로 국제 경제의 주도권이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윤상직장관,중국광시자치구당서기면담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펑칭화 중국 광시장족자치구 당서기와 면담을 하고 있다. 양측은 한국과 중국 광시자치구간 통상 및 투자협력 강화 방안과 한·중FTA,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설립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연합)

최근 미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유럽 국가들이 AIIB에 대거 참여하겠다고 나선 것은 세계 권력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상징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도 최근 분석했다.

미국이 AIIB 가입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 상황에서 내린 신중한 결정인 만큼 AIIB 가입으로 한국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무엇일지 주목된다.

먼저 한국이 얼마 만큼의 발언권, 즉 지분을 가질 수 있는지에 초점이 쏠린다. 지분이 많아질수록 국내 기업들의 해외 투자나 사업 확장 등에 있어 AIIB의 지원이 강화될 수 있다.

AIIB는 가입국의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출자금과 의결권을 결정한다.

중국이 적어도 50%의 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일반적인 가운데 한국이 다른 가입국들과 중국의 독단적인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최소 15% 정도의 지분을 차지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2013년 국내총생산(GDP)을 가지고 단순 계산해 볼 경우 한국의 지분은 4.5~4.9%에 그친다.

6월까지 AIIB 지분율에 대한 협상이 벌어지지만 막바지에 AIIB에 합류한 한국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 AIIB 가입 역시 주목할 점으로 보인다.

일본이 AIIB 참여를 확정한다면 아시아 지역 경제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AIIB의 당위성이 강화되지만 한국의 AIIB 내 입지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중국과 한국의 경제 협력이 강화돼 손실보다 득이 많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에 이어 한·중 경제장관회의를 통해 양국의 구체적인 경제협력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아시아 개도국의 사회간접자본 건설 사업 등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는 기회도 늘어날 수 있다. 도로, 철도, 통신 등에 걸친 아시아 인프라 사업에 투자하게 될 국내 기업들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AIIB를 향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뜨거운 이유로 지배구조 문제와 관련 중국이 “거부권을 없애겠다”고 제안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이 연이어 미국에 등을 돌리고 AIIB 창립회원국으로 참여를 결정하는데 거부권을 없애겠다는 제안이 결정적이었다.

그동안 AIIB의 지배구조와 의사결정구조 등이 지나치게 중국 중심으로 짜여질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우 지분율이 20%도 안되는 미국이 주요 결정을 할 때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중국은 세계 2위 경제국임에도 IMF 지분율이 4%에 불과하다. 

지분율 2위인 일본(6.2%)과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들의 지분율은 1% 안팎이다. 미국이 IMF 최대주주로서 사실상 의사결정에 대해 독점적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어느 한 국가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제안함으로써 IMF와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중국과 아시아 지역의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미국이 AIIB를 견제하는 이유 중 하나다.

AIIB 운영방식과 이사회 구성 등에 대한 협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분율이 압도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이 거부권까지는 아니더라도 주요 결정권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크다. 중국이 AIIB를 역내 외교정책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에 대해 이미 미국과 인도 등이 우려를 표했다.

세계은행과 IMF의 경우 회원국들은 자국을 대표하는 상임 이사가 있다. 새로운 프로젝트나 정책 등이 있을 경우 이들이 의결권을 행사한다. 미국은 AIIB도 이런 형태의 이사회 구조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