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좋고 나쁨 떠나 소리 내는 것 자체가 경쟁력"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5-04-07 10:39 수정일 2015-04-07 17:22 발행일 2015-04-0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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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생김새나 지문이 다르듯 누구나 자신만의 독특한 음색이 있다. 1초 동안 몇 번의 진동을 내는지에 따라 목소리의 높낮이가 달라진다. 성대가 어떻게 생겼느냐도 목소리의 색깔을 결정짓는 수단이 된다.

목소리는 타고나기도 하지만 불변의 것은 아니다. 신뢰감 주는 목소리, 호감 주는 목소리 등을 만들기 위해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떤 내용을 전달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내용을 담는 ‘그릇’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서다.

듣기 좋은 목소리가 또 다른 경쟁력이 된다고 믿는 사람들의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목소리의 좋고 나쁨을 떠나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절대적인 힘을 가진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취업하고 싶다면 목소리를 내라. 목소리는 글이 결코 전달할 수 없는 당신의 지성, 능력을 다른 사람에게 확인시킬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

미 경제지 포브스는 최근 목소리가 취업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 비밀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목소리가 좋고 나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외부로 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 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시카고대 부스 경영대학원 연구진은 글을 통해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아닌 목소리를 통해 의견을 낼 때 상대방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더 크고 긍정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책임 연구자 니콜라스 에플리 박사는 실제 면접을 치르는 상황을 가정해 면접관과 면접자를 배치했다. 면접자는 직접 소리 내 말을 하도록 권유받은 집단과 오로지 글을 통해 의사를 전달하도록 하는 집단으로 나뉘었다.

실험 결과 면접관들은 직접 소리 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 면접자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줬다. 쓰여진 글로는 보다 많은 내용을 자세하게 기술해 면접자의 지성을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오히려 목소리를 밖으로 끄집어 내 말하는 사람이 훨씬 더 유능할 것이라고 면접관들은 평가했다. 말로 전달하는 정보의 양에는 한계가 따랐으나 글로 전달할 때 보다 말하는 사람이 훨씬 더 똑똑해보이고, 사려 깊어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의사를 결정하는 상황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이유는 뭘까.

에플리 박사는 “소리를 내서 말하면 누군가의 신념이나 믿음,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같은 내면의 이야기를 상대에게 전달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사람만이 가지는 고유의 사고 능력이 목소리와 함께 전달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객관적인 지식이나 사실을 전하려 할 때 목소리를 낸다면 더 이성적이며, 합리적이며 지적인 사고를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을 때 소리를 내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몇년간 많은 전문가들이 글을 통한 소통보다 직접 만나 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강조해왔다. 그러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디지털 시대에서 굳이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사람이 늘고 있다. 자신의 목소리가 너무 굵거나 얇아서, 혹은 목소리가 너무 높거나 낮아서 등의 이유로 말 하는 것에 자신 없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글로벌 인재관리 컨설팅 기업 이곤젠더의 그렉 슈나이더 매니징파트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리를 내라. 숨기고 말을 하지 않는 것보다 어떻든 소리 내 전달하는 것이 훨씬 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이곤젠더는 어떤 목소리든 아무 소리 내지 않는 것보다 인간관계 형성에 바람직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목소리가 어떻게 들리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며 “좋은 목소리를 위해서는 반드시 호흡과 공명을 신경 써야 하지만 사실 이런 것 보다 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서로가 상호작용하는 데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슈나이더는 주장했다.

목소리가 얼마나 좋은지는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이번 연구 결과의 핵심이다. 반드시 따내야 할 계약이 있다거나 중요한 의사결정 상황에 놓일 경우 꼭 글이 아닌 나만의 소리를 들려줄 것을 추천한다.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