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경북 할매할배 힘 내셔요"…3代 '할매할배의 날' 개최

김장중 기자
입력일 2015-03-29 12:37 수정일 2015-03-29 13:12 발행일 2015-03-2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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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代 함께한 랑랑콘서트, 전국 첫 선포 및 조례 제정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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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경주 서라벌문화회관을 가득 메운 지역 어르신들이 박수를 치며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우리 노인들의 애탄 마음을 이렇게 이해를 하고 즐거운 시간을 마련해주는 곳은 전국 어디 어느 곳에도 없을 거예요.”

28일 오후 경북 경주의 서라벌문화회관 안.

회관 530석을 가득 메운 이곳 어르신들은 “웃다가, 울다가” 모처럼 생기가 가득 찬 환한 얼굴로 짙은 주름살 웃음을 자아냈다.

어르신들이 살아온 지난 60∼80년 격동기 세월.

경주에 사는 송모(73) 어르신은 “자식을 먼저 보낸 아픔에 가슴 속 씁쓸함이 더하더니 이렇게 어린 손녀 손자들의 예쁜 모습을 보니 마음 한 구석에 더욱 진한 눈물이 흐른다”면서 “어린 사람 모두 내 손자 손녀로 모두가 ‘이쁘고’ 이런 자리를 만들어주신 김관용 지사에게 감사를 드린다”며 얼굴에 스며든 눈물을 닦아냈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인성교육이 넘치고 가족 공동체가 회복되는 계기 마련을 위해 3代 ‘할매 할배의 날’을 전국 첫 조례로 제정하고 첫 행사로 경주에서 개최했다.

홀로 생활에 곤란을 겪는 어르신 생활 도움은 물론 가족의 ‘情’이 이곳에서 만큼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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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웅아재와 단비의 ‘참 좋구나’ 축하공연이 열렸다.

‘할매 할배 만나는 날’은 매월 마지막 토요일로 정해, “세대간 이질적인 의식과 문화를 이해해 진정한 가족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제정이 됐다”고 김관용 경북지사가 설명했다.

이날 공연 곳곳에서 홀로 눈가에 머문 눈물을 씻고 입가에 미소를 담은 어르신들의 ‘외로움’이 더욱 옛 향수를 짙었다.

주낙영 경북도 행정부지사, 최양식 경주시장, 윤병준·이진락·이동호·배진석 도의원 등이 참석해 이날 자리를 빛냈다.

실버 및 초등생 3代 합창단으로 꾸린 ‘랑랑 합창단’ 공연을 시작으로 한 지역방송 축하공연을, 이어 노래자랑이 펼쳐져 3시간 공연이 ‘화려한 막’을 올렸다.

류모(81·여) 어르신은 “세월아 비켜라∼, 딱 좋은 나이인데... 이제 내 2인생의 막이 올라가는데 벌써 이렇게 힘도 없으니, 인생이 참 무상한데, 그래도 이렇게 재밌고 활기찬, 멋진 내 인생의 막이 시작되는 듯해 참으로 감회가 새롭다”면서 “내 인생을 새롭게 되돌아 볼 수 있는 이런 자리를 마련해 준 경북지사와 경주시장, 도의원, 시의원 등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또 다른 어르신 박모(67)씨는 “우리한테도 엄마 아빠가 있고 할매 할배가 있는데 지금까지는 나 스스로 잊어버리고 살아왔다”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옛 추억을 되살리고 가족을 생각할 수 있는 한 계기가 마련돼 나 스스로 남은 인생을 되돌려 보는 시간을 갖게 됐다”며 행사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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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랑 할매할배랑 함께한 커플 노래 경연대회가 펼쳐졌다.

“내 아이가 어때서∼” 노래가 공연장에 퍼지자 이곳 어르신들의 흥겨운 어깨춤은 물론 콧노래가 행사장 곳곳에서 울렸다.

이어 열린 손녀 손자와 할매 할배가 함께한 공연이 시작되자, 방청객을 꽉 채운 어르신들의 공정한 평가는 시작됐다.

경북도 주낙영 행정부지사는 “급속한 노령화와 핵가족화로 빚어진 어르신 문제, 인성 부재의 현상 등을 조부모와 손주간 만남으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전통적 가정이 해체가 돼 쌓이는 세대간 벽을 허물키 위해서는 ‘만남과 효(孝) 실천’의 새바람으로 ‘할매 할배의 날’이 제정돼 이제는 3代가 힘써 가족 공동체를 해결하는 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편 경북도는 지난해 10월25일 지역 3代 가족 등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북 예천 문화회관에서 선포식을 갖고 이틀 후에는 가족 공동체 회복을 꾀하기 위해 전국 첫 조례로 제정 운영하고 있다.

경북=김장중 기자 kjj@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