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매장 매니저 "화상엔 마요네즈 발라라"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5-03-17 15:56 수정일 2015-03-17 18:07 발행일 2015-03-1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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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하다 화상 입으면 마요네즈를 발라라” 미국 맥도날드 매장 매니저가 튀김기에 덴 종업원에게 던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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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카고의 한 맥도날드 매장 앞에서 사람들이 시급 15달러 보장을 요구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맥도날드 직원들은 최근 튀김기름 등에 심각한 화상을 입을 수 있는 열악한 노동 환경에 반발했다. (UPI 연합)

화씨 335도(섭씨 168도) 이상인 끓는 기름의 열기로 하루 종일 땀이 마를 틈이 없다. 패티를 만들어내는 그릴이나 오븐도 뜨겁기가 만만치 않다. 일손도 딸려 한시가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어느 순간 화상을 입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이곳은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회사 맥도날드 일터다.

매 순간 아찔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근무 환경을 참다 못한 직원 28명이 최근 뉴욕, 캔자스시티, 필라델피아 등 미국 19개 도시 내 맥도날드를 연방 노동부 산하 산업안전보건국(OSHA)에 고발하고 나섰다.

미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은 지난해 시급 15달러 보장을 요구하는 운동을 벌였던 맥도날드의 직원들이 이번에는 열악한 근로 조건을 개선하고 기업에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빠르게 일 처리를 해야 하는 직업 특성상 화상을 입거나 업무 도중 다친 직원 수는 상당했다.

리서치전문기업 하트리서치협회가 최근 맥도날드, 버거킹 등 패스트푸드점 직원 142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의 80%가 지난 한해 동안 화상을 당한 경험이 한번 이상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8%는 여러 차례 뜨거운 불이나 기름에 덴 적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의 33%는 화상을 당했을 때 병원 치료나 제대로 된 응급처치를 받지 못했다. 화상연고 대신 케첩, 버터, 머스터드소스 등의 양념을 불에 덴 부위에 바르라는 상사의 말도 안되는 소리를 들은 경험이 있다고 이들은 밝혔다.

맥도날드 필라델피아점에서 근무하는 마티세 캠벨은 “뜨거운 튀김기에 동료가 심하게 덴 적 있었는데 매니저는 그냥 마요네즈를 바르면 괜찮아진다”며 “동료를 방치하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맥도날드 직원 상당수는 온도가 높은 기름 거르는 체를 청소하기 위해 손을 대거나 펄펄 끓는 기름을 교체하기 위해 보호 장비 하나 없이 일하고 있었다. 매장에는 기본적인 응급치료 도구조차 없다. 뜨거운 조리도구를 다루는 법이나 미끄러지기 쉬운 젖은 바닥에 대한 교육도 부족했다.

맥도날드 직원들은 2년 전부터 임금착취, 인종차별 등의 부당한 대우를 근거로 회사를 상대로 한 시위와 소송을 이어 오고 있다. 그러나 맥도날드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미국 내 1만4000개 매장에서 안전한 노동 환경을 제공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시키려는 조작된 소문일 뿐”이라고 직원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