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부시는 없지? NYT 셀마행진 사진 편집 논란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5-03-10 14:56 수정일 2015-03-10 15:24 발행일 2015-03-1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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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흑인 참정권 운동의 상징 ‘셀마 행진’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사진이 시사하는 것은 정치 성향이 한 쪽으로 치우친 ‘편견’일까 이유있는 ‘편집’일까.

미국을 대표하는 일간 NYT가 8일(현지시간) 1면 머리기사로 전날 열린 셀마 행진 50주년 기념행사 소식을 전하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중심에 둔 행진 사진을 실어 논란이다.

오바마 대통령 옆으로 6∼7명이 사이에 설 수 있는 간격을 두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내외가 함께 자리했으나 사진 속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신문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모습을 잘라낸 사진을 보도한 것이다.  

왜 부시는 없지? NYT 셀마행진 사진 편집 논란
지난 7일(현지시간) '셀마 행진' 당시 모습으로 사진의 왼편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오른편에는 조지 W.부시 전 대통령이 에드먼드 페터스 다리 위를 걷고 있다.(AFP=연합)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9일 셀마 행진 50주년 기념 행사에 부인 로라 부시 여사와 함께 참석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에드먼드 페터스 다리에서 행진을 함께 이어갔으나 NYT를 포함, 부분적으로 미 민주당을 지지하는 성향을 가진 신문들이 이날 부시 전 대통령의 모습이 빠진 사진을 의도적으로 실어 비난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셀마 행진은 흑인 인권 운동의 대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50년 전 흑인의 참정권 획득을 위해 600여명과 함께 에드먼드 페터스 다리에 도달했던 사건이다.

당시 앨라배마주 경찰이 이들을 무리하게 진압하는 과정에서 무수한 부상자를 낳아 ‘피의 일요일’이라고도 불리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왜 부시는 없지? NYT 셀마행진 사진 편집 논란
NYT 8일자 1면 사진으로 조지 W.부시 전 대통령이 편집돼 있다.(텔레그래프)

온라인 매체 ‘데일리 콜러’의 데릭 헌터는 “신기하게도 NYT가 1면 기사에서 행진 첫 줄에 선 사람들을 모두 보여주지 않는 사진을 골라내 의도적으로 부시를 잘라냈다”고 지적했다.

미 언론매체 ‘뉴스버스터스’의 팀 그레이엄은 “NYT의 마가렛 설리반 편집자가 부시 내외를 잘라낸 게 좋은 생각이라고 보는 편집자가 있는지 주변에 한번 물어보면 좋겠다”고 비꼬았다.

트위터 내 보수 성향의 이용자들도 사진 편집 방식에 분노를 표출하며 ‘진보 언론의 야비한 편견’이라고 공격했다.

사실 NYT가 글 기사에서 부시 전 대통령을 빼먹은 건 아니다. NYT는 부시 전 대통령이 행사에 참석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에 호응했고 둘이 서로 포옹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이 보도한 사진을 보더라도 먼 거리에서 오바마와 부시를 한 컷에 담은 사진도 있으나 현직 대통령의 비중을 감안해 부시 전 대통령을 자른 사진도 여럿 된다. 오바마 쪽에 가까운 로라 부시 여사만 남기고 부시 전 대통령만 잘라낸 사진도 있다.

브릿지경제 =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