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흑인 참정권 운동의 상징 ‘셀마 행진’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사진이 시사하는 것은 정치 성향이 한 쪽으로 치우친 ‘편견’일까 이유있는 ‘편집’일까.
미국을 대표하는 일간 NYT가 8일(현지시간) 1면 머리기사로 전날 열린 셀마 행진 50주년 기념행사 소식을 전하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중심에 둔 행진 사진을 실어 논란이다.
오바마 대통령 옆으로 6∼7명이 사이에 설 수 있는 간격을 두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내외가 함께 자리했으나 사진 속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신문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모습을 잘라낸 사진을 보도한 것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9일 셀마 행진 50주년 기념 행사에 부인 로라 부시 여사와 함께 참석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에드먼드 페터스 다리에서 행진을 함께 이어갔으나 NYT를 포함, 부분적으로 미 민주당을 지지하는 성향을 가진 신문들이 이날 부시 전 대통령의 모습이 빠진 사진을 의도적으로 실어 비난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셀마 행진은 흑인 인권 운동의 대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50년 전 흑인의 참정권 획득을 위해 600여명과 함께 에드먼드 페터스 다리에 도달했던 사건이다.
당시 앨라배마주 경찰이 이들을 무리하게 진압하는 과정에서 무수한 부상자를 낳아 ‘피의 일요일’이라고도 불리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온라인 매체 ‘데일리 콜러’의 데릭 헌터는 “신기하게도 NYT가 1면 기사에서 행진 첫 줄에 선 사람들을 모두 보여주지 않는 사진을 골라내 의도적으로 부시를 잘라냈다”고 지적했다.
미 언론매체 ‘뉴스버스터스’의 팀 그레이엄은 “NYT의 마가렛 설리반 편집자가 부시 내외를 잘라낸 게 좋은 생각이라고 보는 편집자가 있는지 주변에 한번 물어보면 좋겠다”고 비꼬았다.
트위터 내 보수 성향의 이용자들도 사진 편집 방식에 분노를 표출하며 ‘진보 언론의 야비한 편견’이라고 공격했다.
사실 NYT가 글 기사에서 부시 전 대통령을 빼먹은 건 아니다. NYT는 부시 전 대통령이 행사에 참석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에 호응했고 둘이 서로 포옹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이 보도한 사진을 보더라도 먼 거리에서 오바마와 부시를 한 컷에 담은 사진도 있으나 현직 대통령의 비중을 감안해 부시 전 대통령을 자른 사진도 여럿 된다. 오바마 쪽에 가까운 로라 부시 여사만 남기고 부시 전 대통령만 잘라낸 사진도 있다.
브릿지경제 =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