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에서 인종차별 여전… 행진 계속 돼야"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5-03-08 16:07 수정일 2015-03-08 16:16 발행일 2015-03-0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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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흑인 참정권 운동 '셀마 행진' 50주년 맞아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가 미국에서 인종차별은 여전히 이뤄지고 있으며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행진은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미국 퍼거슨시 인근에서는 비무장 10대 흑인 청년이 백인 경관의 총에 맞아 희생되는 사건이 잇달았다. 일명 ‘퍼거슨 사태’로 미국 내 인종차별 논란이 미국 전역에 들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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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왼쪽에는 아멜리아 보이튼, 오른쪽에는 존 루이스(조지아·민주)와 손을 잡고 인파의 선두에서 미국 앨라배마주 셀마의 에드먼드 페터스 다리 위를 걷고 있다.(AP=연합)

아직까지 미국 사회에서 흑백 차별 양상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미국 흑인 참정권 운동의 상징인 ‘셀마 행진’의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했다.

미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은 이날 미국 앨라배마주 셀마의 에드먼드 페터스 다리에서 열린 ‘셀마 행진’ 50주년 행사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해 미국 사회에 팽배한 흑백 격차의 현실을 다시 한번 시사하는 자리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오바마는 부인 미셸 오바마, 두 딸과 함께 행사에 참석했다. 지난 2007년 대통령 선거 민주당 후보 경선 당시 셀마에 다녀간 이후 첫 방문이다.

오바마는 이날 “지난 50년간 상황이 많이 변했으나 미주리주 퍼거슨 사건에서 보듯 인종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셀마의 행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40분간 이어진 연설에서 당시 셀마 행진 참가자들을 일일이 호명했다. 그는 “정당한 미국을 만들려는 이들의 노력이 승리를 거뒀으며 이것이 미국의 운명을 결정했다”고 역설했다.

경찰·사법 시스템 또한 (인종차별 없이) 모두를 위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한 오바마는 이날 셀마에서 몽고메리로 향하는 행진 참가자에게 의회 황금훈장을 수여하는 법안에도 서명했다. 의회 황금훈장은 미국 의회가 국내외 민간인에게 주는 최고위의 상이다.

셀마는 흑인 인권 운동의 대부 마틴 루터 킹 목사(1929~1968)가 50년 전 흑인의 참정권 획득을 위해 셀마에서 앨라배마주의 행정수도인 몽고메리까지 87㎞를 평화롭게 걸었던 ‘셀마-몽고메리’ 행진의 출발점이다.

당시 미 전역에서는 앨라배마주와 연방 정부에 시민 불복종 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졌다. 흑인의 투표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도 빗발쳤다. 전국에서 몰려든 2만5000명의 지지자와 함께 킹 목사는 1965년 8월 흑인의 참정권을 인정하는 역사적인 투표권을 얻어냈다.

이후 남부연합군의 장군 출신인 에드먼드 윈스턴 페터스의 이름을 딴 ‘에드먼드 페터스 다리’는 흑인 자유의 상징이 됐다. 역설적이게도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 존속을 주장한 남부연합군 장군 출신의 이름을 딴 다리다.

이날 셀마 행진 50주년 행사에는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한 데 반해 공화당 지도부에서는 유일하게 케빈 매카시(캘리포니아) 하원 원내대표가 참석해 흑백 화합의 의미가 반감됐다.

흑인들이 해매다 셀마 행진을 기념하지만 노예제 폐지에 반대했던 남부연합군의 후손인 남부 백인들은 ‘셀마의 전투’를 곱씹는다. 남북전쟁 최후 승패를 가른 셀마의 전투를 되새기며 남부연합군의 후손인 남부 백인들은 흑인에 대한 증오와 패배의 한을 잊지 않는다.

브릿지경제 =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