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이 미워요" 전장의 절망… 악몽이 된 '드론'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5-02-15 13:18 수정일 2015-02-15 18:13 발행일 2015-02-1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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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지난달 20일(현지) 이스라엘 무인항공기(UAV)가 시리아 남서부 구릉지대인 골란고원에 위치란 무인항공기 이착륙장에 착륙하고 있다.(AFP=연합)

“새파란 하늘이 지독하게 미워요”

하늘이 맑을 때만 가동돼 사람들에게 공포를 주는 드론 때문에 파키스탄의 어린아이들은 푸른 하늘이 싫다고 말했다. 두 살배기도 느낄 것이라는 드론의 두려움은 하루 24시간 물러날 틈이 없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해 13살 소년 모함메드 살리 타우이만에게 카메라를 건넸다. 예멘의 수도 사나 근처 마리브 하늘을 나는 ‘드론’ 아래서의 삶을 기록하길 원했기 때문이다.

모함메드의 아버지와 동생은 2011년 낙타 떼를 이끌다 미국의 드론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 그 뒤 소년은 하늘 위를 빙빙 도는 드론을 “죽음의 무기(death machines)”라고 인식했다.

가디언을 통해 소년은 지역의 참담한 일상을 전해왔다. 그는 “아이, 여성들은 물론 예멘 지역 사람들은 잠을 잘 때 드론이 등장하는 악몽을 꿀 정도로 지옥을 경험하고 있다”고 했다.

파키스탄, 예멘, 소말리아 등은 미군의 드론 공격에 무고한 희생자들이 늘고 있는 지역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미국은 군사용 무기로 드론을 적극 사용했기에 이들 지역에서 드론이 살상 무기로 일컬어진다는 것은 과언이 아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살롱닷컴은 15일(현지시간) ‘드론 대통령’이라 불리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를 사실적으로 꼬집었다.

보도에 따르면 2009년 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드론 전쟁’의 물꼬를 텄다. 2010년에는 100번 넘게 파키스탄과 예멘에 드론을 이용한 폭격을 가했다.

2013년 예멘 정부는 미국의 드론 공습으로 숨진 민간인 가족에게 100만 달러(약 11억원) 가량의 보상금을 지급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영국 인권단체 리프리브의 자료에 따르면 예멘정부는 2013년 12월 12일 미군의 오폭으로 인해 숨진 희생자 가족들의 항의를 잠재우기 위해 보상을 제시했다.

당시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외신은 “알카에다 축출을 명분으로 미국이 예멘에서 벌이고 있는 드론 공격에 무고한 민간인들까지 희생되고 있다는 점이 입증되는 것”이라며 이를 비판했다.

미군 관계자들은 당시 공격으로 숨진 희생자들이 민간인이 아닌 알카에다 연계 조직원들이라며 공습 사실을 정당화했다.

비영리 뉴스제공 기관 조사보도국(BIJ)은 24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최근 밝혔다. 드론 공격으로 어린이 등 수많은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게 되자 드론 공격에 대한 비난이 들끓었다.

앞서 가디언이 인터뷰를 요청했던 모함메드 소년은 지난달 26일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가디언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와 미국 국방부에 13세 소년이 알카에다 연계 조직원임을 정확히 확인했는지 정식으로 요청을 보냈다. 그러나 아무런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현재 드론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드론의 개발로 영화 속 일들이 현실화됐다고 환호하는 사람들 뒤에는 수많은 어린아이들이 “모두가 겁에 질렸다”고 울부짖고 있다.

브릿지경제 =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