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석달째' 수요자원 거래시장, 낙찰 4건에 불과하지만… "멀리보고 간다"

이혜미 기자
입력일 2015-02-12 18:10 수정일 2015-02-12 18:10 발행일 2015-02-1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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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거래소
전력거래소의 내부 모습(사진제공=전력거래소)

지난해 개설된 수요자원 거래시장(negawatt market)이 거래 저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제도 보완을 통해 장기적 안목으로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수요자원 거래시장은 소비자들이 아낀 전력을 되팔 수 있는 전력거래시장으로 기관이나 소비자가 기존 사용량보다 전기를 적게 사용하는 조건으로 중개업체(수요관리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하고 아낀 전기를 한국전력에 판매해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다.

12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5일 전력 거래시장 개장 이래 모두 네 번의 낙찰이 있었지만 거래량은 기대치보다 매우 낮았다. 실제 가격낙찰에 의한 감축은 지난달 19일 처음으로 40MW가 거래된 이후 같은달 26일과 27일 각각 10MW와 38MW, 이달 9일 9MW 뿐이다.

안정된 전력 수급, 기존 공급자원 포화 등 현재 시장가격이 낮아 꾸준한 입찰에도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일 전력거래소 스마트그리드 사업팀장은 “이번 겨울이 상대적으로 날씨가 따듯했던 부분도 영향을 끼쳤다. 생각만큼 수요가 오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거래기준가를 하향하는 등 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어 장기적 관점에서는 비관적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을 전했다. 김 팀장은 “초기 시장이라 어느정도 안정화 기간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수요자원이 발전자원처럼 신뢰성있는 자원이라는 인식이 확대된 후 시장 형성과 거래활성화가 진행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발전소 추가 건설 비용이나 주민반대 등 수용성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 추가 전력설비 증대 없이 수요를 맞출 수 있는 대안 중 하나가 이 수요자원 거래시장이라는 것이다. 장길수 고려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수요자원을 활용하는 대안은 전력 운영에서 올 수 있는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며 “현재 시장에서 단기적 성과를 보고 그 필요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지만 보완을 통해 운영해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 기업들도 단기적 수익을 넘어 장기적 효과를 기대하는 눈치다. 현재 KT, GS칼텍스, 벽산파워, 아이디알에스 등 11개의 업체들이 수요관리사업자로 참여하고 있으며 오는 6월 효성, GS파워, LS산전 등 10여곳의 기업들이 추가로 참여할 예정이다. KT 한 관계자는 “ICT를 활용한 에너지 사업이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굉장히 크다”면서 “인터넷, 무선전화처럼 단기적으로 큰 수익을 올리겠다는 생각보다 에너지를 향후 다가올 융합시대의 핵심으로 보고 미리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6월부터 사업에 참여할 효성 관계자는 “과거부터 ESS 등 에너지 솔루션 사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면서 “수요관리사업이 에너지사업을 키워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 판단해 참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효성은 지난달 유럽 최대 전력 수요관리 업체 에너지풀과 손잡고 거래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수요관리산업이 향후 크게 증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수빈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에너지ICT연구실장은 “전력 생산에는 한계가 있으니 절약하거나 효율을 높이자는 수요관리사업은 이미 전 세계적 트렌드”라며 “환경적이면서도 혁신적인 발전 형태가 개발, 상용화되지 않는 이상 계속적으로 수요관리시장은 커나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 hm7184@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