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폭풍' 국제 공조수사 움직임

문은주 기자
입력일 2015-02-10 13:16 수정일 2015-02-10 18:24 발행일 2015-02-1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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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C 은행의 고객 탈세 방조 혐의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국제사회의 후속 대응책이 속속 마련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탈세자 명단은 은행권 정보 유출 사상 최대 규모다. 따라서 과거 HSBC 탈세 관련 사례를 겪었던 국가 간 공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 폭풍’이 불어닥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9일(현지시간) BBC는 영국 하원 공공회계위원회(PAC)가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를 적극적으로 벌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마거릿 호지 PAC 위원장은 “글로벌 은행이 부유층을 위해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필요할 경우 (은행 측에) 자료 제출을 명령하는 등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그간 비밀스럽게 운영해온 스위스 은행들이 압박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 법무부도 HSBC 돈세탁 연루 혐의에 내렸던 기소 유예를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HSBC는 지난 2012년에도 멕시코 마약 조직 등의 돈세탁을 도운 혐의로 벌금납부를 전제 조건으로 기소 유예 처분을 받았었다.

이번에는 HSBC가 환율 조작에 가담한 혐의도 포착돼 미국 정부 차원에서 관련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벨기에 당국도 조사에 대한 협조 가능성을 내비쳤다. 캐나다 언론 위니페그 프리 프레스는 이날 벨기에 정부가 HSBC 전·현직 관계자 체포를 위한 국제 공조수사 의지를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벨기에 검찰은 지난해 11월 탈세 및 자금 세탁 혐의로 HSBC 은행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었고, HSBC는 당시에도 불법 사실을 인정했다.

같은 해 아르헨티나 국세청도 4000명이 넘는 자국인의 조세 포탈을 도운 혐의로 HSBC 은행을 기소했다. 당시 국세청은 “조세 피난처 관련 범죄자를 엄벌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만큼 이번 사건에도 국제공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대니 알렉산더 영국 재무부 장관은 이번 사건과 관련,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법적 제도 개선을 모색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알렉산더 장관은 “(탈세 방조 관련) “법률 및 규제 제도를 갖추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국세청과의 협력을 통해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탈세 행위에 가담한 은행 관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거나 규제 권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적극적인 의지로 풀이된다.


문은주 기자 joo0714@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