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십' 대형 수주 느는데… 대책 없는 국내 선사들 '한숨만'

이혜미 기자
입력일 2015-02-09 16:24 수정일 2015-02-09 23:02 발행일 2015-02-1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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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십 등 대형선박 보유로 규모를 키워가는 해외 선사들을 보면서 국내 선사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에코십이 세계적 추세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올해도 구조조정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라 신규투자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향후 시장에서 국내 선사의 입지 축소와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 에코십(eco-ship)은 연료 효율성을 크게 높이고 국제 환경규제를 충족하는 친환경 선박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해사기구(IMO)의 온실가스, 유해물질, 평형수 등 각종 규제가 강화되면서 에코십 수요 역시 커지고 있다. 발주 중인 선박들 대부분이 에코십이며 비용경쟁에서 밀리고 환경기준도 충족하지 못하는 기존 선박들이 에코십으로 곧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머스크나 차이니시핑 등 외국 대형선사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박 대형화와 에코십 도입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성을 높여 왔다. 특히 올해는 고효율 대형 선박 투입을 늘려온 이들이 얼라이언스 재편으로 새 구도를 형성해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에코십 확보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재민 한국해양대학교 선박금융학과 교수는 “국내 선사들의 내부적 어려움이 크지만, 눈 앞 문제에만 몰두해 미래 투자를 소홀히 하면 안된다”면서 “에코십 등 대형선박을 갖춰 나가는 세계적 추세를 따라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고민도 깊어 간다. 재무 개선 작업이 아직 진행 중이고 수익성 개선을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4년만에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한진해운도 올해 비수익 노선 매각 등 내실 강화에 힘쓸 계획이다.

그러나 에코십 등 대형 선박 발주를 늘려가는 해외 선사들에 반해 규모를 키우고 있지 못한 점은 고민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각각 얼라이언스에 포함돼 있는데 규모를 맞추지 못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글로벌 선사들은 2M(머스크-MSC), O3(CMA-CGM, 차이나시핑, UASC), G6(현대상선, APL, MOL, 하팍로이드, NYK, OOCL), CKYHE(한진, Cosco, K Line, 양밍, 에버그린) 등 4대 얼라이언스로 재편됐다. 글로벌 선사들은 운송원가를 절감하고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동맹을 맺으며 규모를 늘려 나가고 있다. 반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하다보니 초대형 선박을 확보하지 못해 이들과의 동맹이나 경쟁 모두에서 적극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현대상선도 올해 에코십 등 새 선박 발주 계획이 없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에코십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고 우리도 선박을 발주한다면 당연히 에코십으로 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올해도 자구하기 바쁘고 새 선박을 발주할 여력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 선사들은 에코십 등 대형선박을 활발히 준비하고 있는데 국내에는 그런 움직임이 없다”면서 “국내 선사의 내부 구조조정도 문제지만 향후 해외 선사들과의 경쟁도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선사들이 독자적으로 에코십 등 대형 선박을 발주할 여력이 되지 않자 이를 뒷받침해줄 해운금융의 재편 및 개선 목소리는 끊임없이 커지고 있다. 신용존 한국해양대학교 해운경영학부 교수는 “지금 구조로는 호황기가 돼도 국내 선사들이 해외 선사들을 이기지 못할 것”이라며 “호황기에 기초 체력을 단단히 하지 못한 기업들 책임도 분명 있으나 국가가 기간사업인 해운을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 교수는 “정부가 해운산업이 중요하다면서도 실제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장기까지는 아니라도 단기 해운금융을 통해서라도 선사들이 버틸 여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혜미 기자 hm7184@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