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정비, 필요는 한데…" 기업들 머뭇머뭇

이혜미 기자
입력일 2015-01-07 15:30 수정일 2015-01-07 15:39 발행일 2015-01-0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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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제공
해외에서 항공기 정비를 받는 국내 항공사가 늘면서 MRO(항공정비, Maintenance, Repair, Overhaul)사업 육성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사진제공=대한항공)

국내 항공사들이 해외에서 항공기를 정비하는 사례가 늘면서 MRO(항공정비, Maintenance, Repair, Overhaul)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MRO 사업 추진 속도를 빨리 하고 있지만 투자유치의 어려움과 높은 인건비 등으로 인한 가격경쟁력 저하 우려가 과제로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6일 정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산업에서 MRO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면서 MRO산업이 항공업계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대부분의 항공기 정비를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데다가 개인항공기도 지속 증가하고 있지만 전문 MRO기업은 없다. 항공사들 역시 자체적으로 항공정비를 하고 싶지만 투자 대비 효율이 낮아 쉽게 확장하거나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자체적으로 정비를 하고 있다. 여객기 120대, 화물기 25대 등 모든 항공기를 약 5000여명의 정비 인력으로 정비하고 있다. 국내 공군과 미국 공군의 몇 개 기종에 대한 정비도 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회사가 MRO가 고부가가치 사업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MRO사업에도 관심이 크며 비전이 있다면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객기 84대를 보유한 아시아나항공도 일부 자체 정비를 하고 있지만 상당 부분은 해외에서 정비를 받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지난 2013년 제2 격납고를 만들고 정비 인력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면서 “궁극적으로 모두 자가 정비를 할 수 있도록 확충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MRO사업 추진과 관련해서는 “정부에서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고 지자체에서도 요청이 들어와 사업성을 계속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대부분 저가항공사(LCC) 역시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항공기를 각각 13대, 14대 보유하고 있는 진에어와 에어부산은 각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위탁 정비를 실시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저가항공사 중에 자체 정비 비중이 가장 높지만 일정 시간마다 교체해야 하는 엔진 등 세밀한 정비는 역시 해외에 맡기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보유 항공기가 17대 뿐인데 자체 투자하기엔 투자 대비 효율이 낮다”면서 “정부가 나서서 MRO사업이 활성화돼 국내에서 모든 정비를 다 할 수 있다면 시간과 경비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MRO 활성화 분위기를 반겼다.

전문가들 역시 관련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 MRO사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김승조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항공 산업 전체에서 MRO가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1 정도로 커가고 있다”면서 “정부 역시 항공우주산업이 미래 신성장 산업으로 보고 육성에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국내 MRO산업이 잘 되려면 정부가 지속적 지원과 함께 민간 투자 활성화를 이끌고 항공우주산업에서 부풀려진 인건비 체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기일 항공안전정책연구소 소장 역시 “대형 항공사 역시 가격경쟁력 문제로 MRO사업을 더 확대하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는 우리가 가진 기술력으로 승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인건비가 싼 중국 등 아시아 지역과 경쟁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중국 민항기 사업만 하더라도 우리보다 늦게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정비 사업에서도 인건비 경쟁력 뿐 아니라 노하우까지 쌓였다는 설명이다. 이 소장은 “정부 MRO사업은 정부 지원이 있더라도 민간 투자 기업의 유치가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며 “매년 그랬듯 올해도 흐지부지 끝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역시 민간투자 유치를 위해 부처간 검토를 거듭하고 있다. 충청북도 청주시나 경상남도 사천시 등 지자체들이 지역 내 산업단지를 유치하기 위해 쟁탈전을 벌이고 있지만 기업들은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1월 중 항공기 정비 산업단지 조성과 전문회사 설립, 기반시설 확충 및 세제 혜택 등의 지원방안이 담긴 ‘항공 MRO 중장기 발전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민풍식 국토교통부 항공산업과 사무관은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같은 경우 큰 고민이 없을 수 있지만 저비용 항공사들의 경우 외국 의존율이 대형항공사보다 높다”면서 “국가 차원에서 자립화 기반을 마련해보자는 측면에서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혜미 기자 hm7184@viva100.com